'길위의 생각'에 해당되는 글 97건

해가진다 :: 2011/03/15 07:10










해변에서 노는 아이들의 모습이 점차 어두운 실루엣으로 변한다.
해가 뜨고 지고...
날마다 일어나는 일이지만 여행길에서는 모든 것이 특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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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령 | 2011/03/19 09:35 | PERMALINK | EDIT/DEL | REPLY

    오, 혜람이에게서 소년의 얼굴이 보여요! :)신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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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변 만찬 :: 2011/03/10 09:37













하루종일 신나게 놀고 저녁이 되면 해변에 식탁이 차려졌다.
인근 섬에서 온 싱싱한 해산물들,
그 중에는 이렇게 왈링왈링에 오지 않았으면 먹어보지 못했을 것 같은 것들이 있었다.



맹그로브 가지에 붙어 산다는 굴
화로에 구워서 먹었는데 마침 비행기에서 받은 고추장 튜브가 있어서 좌린과 나는 생굴로도 먹었다는...



그리고 이 것, 클램(clam : 조개 종류)
여행하면서 여러 곳에서 스노클링을 해 봤지만 이렇게 한군데 머무르면서 오랫동안 스노클링을 한 것은 처음이었다.
보통 스노클링 포인트는 숙소에서 가까운 곳에 있지않고 배를 타고 나가야해서 배를 빌리거나 투어를 하면서 잠깐씩 했었는데 왈링왈링 섬에서는 마스크 쓰고 바닷물에 풍덩 뛰어 들기만 하면 되었다.
그러다보니 그 어느 때보다 바닷속을 찬찬히 들여다보게 되었고 신기한 것들도 많이 보았다.
두껍게 주름진 입술처럼 생긴 것들이 바위 같은데 박혀 있었는데 이 녀석들이 바로 클램이다.
입을 우물우물 움직이는 것이 무슨 말을 하는 것 같기도 하고 무언가 먹고 있는 것 같기도 한데 입만 여러개 있는 괴물처럼 기괴해 보였다.
에드의 설명에 의하면 어릴 때 여러마리가 모여 있다가 자라면서 자신만의 껍질을 만들어 한 마리씩 떨어져 나간다고.
간장에 볶은 클램 요리는 쫄깃쫄깃 맛이 있었다. (네 번째 사진 왼쪽 두 접시)



왈링왈링 앞바다에는 무시무시하게 큰 자이언트 클램도 몇 마리 있었는데 진짜 이런 녀석에게 잘못 걸렸다간 뼈도 못추리게 생겼다. 등골이 오싹하더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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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 꿈에 관하여 :: 2011/03/10 02:21

왈링왈링 섬에 온 첫날 아침

바로 앞 섬에 수영해서 갈 수도 있다는 에드의 말을 실행에 옮기기로 마음 먹었다.

혼자 갈 수 있겠어? 십여년전 내게 생존수영을 가르쳐준 좌린 선생이 물었다.

그럼, 이 정도 쯤이야. 얘들아 엄마 수영해서 저 앞에 보이는 섬에 다녀올게.

핀을 가져가라는 에드의 충고를 무시하고 스노클링 마스크만 챙겨서 물 속으로 뛰어 들었다.

물빛은 맑고 투명한 에매랄드, 잔잔한 파도가 몸에 와 닿았다.

하늘, 바다, 나 말고는 아무 것도 없었다.

몸이 가벼워지는 느낌, 중력으로부터 자유로워지는 느낌이 온 몸에 전해졌다. 짜릿했다.

헉헉 숨이차오를 때까지 팔을 젓다가 몸을 뒤집어 배영자세로 하늘을 보고 누워 가뿐 숨을 몰아 쉬었다.

하하하하하하

갑자기 나도 모르게 웃음이 터져나왔다.

재미있는 것에 대한 반응이나 상대방을 의식한 사회성 띤 웃음이 아니라

뱃속에서, 저 깊은 내 안에서 아주 원초적인 소리가 터져나왔다.

내 안에 웅크리고 있던 내가 쏟아져 나왔다.

카타르시스를 느꼈다.


코론행 비행기에서

대각선 맞은편에 앉은 한쌍의 연인이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애정행각에 열중하고 있는 것을 보았다.

아니, 억지로 시선을 돌리지 않는 한 내 의지와 상관없이 그들이 보였다.

80인승, 가뜩이나 좁은 비행기 좌석에서 가뜩이나 큰 두 사람이 엉켜있는 모습을 보면서

저렇게 타인을 의식할 수 없을 정도로 몰두하는 이십대의 사랑도 한 때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동안 한번도 내 나이에 대해 그런 생각을 해 본적이 없었는데

삼십대 후반의 내 나이가 무척 많게 느껴졌다.

그러면서 불현듯 인생이란 것이 지나가버리는 한 때인 것을 소심하게 주저하고 망설이다가 때를 놓쳐서는 안되겠다는 깨달음이 찾아왔다.

과연 잘 할 수 있을까, 내겐 재능이 없어, 결정적인 순간에 망설이고 주저했던 기억들이 떠올랐다.

어려서부터 나는 주어진 상황에 열심인 아이였다.

내 글에서 종종 언급되는 모범생 기질 때문에 내 주변의 사람들이 내게 기대하는 것이 무엇인지 쉽게 알아챌 수 있었고 그 기대에 부응하려고 애를 쓰며 살았다.

그 댓가로 부모님, 선생님으로부터 인정을 받으며 편하게 학교 생활을 할 수 있었고 남들이 부러워하는 좋은 대학에도 갈 수 있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 그렇게 주변을 의식하며 살아온 내 삶이 껍데기처럼 느껴졌다.

다른 사람이 내게 바라는 것말고 진짜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이었나.

해야하는 것 말고 내 모든 열정을 다 바칠 수 있을만큼 내가 하고 싶은 것, 행복하고 즐거운 마음으로 할 수 있는 것.

스무살의 고민은 진짜 내 꿈을 찾고자하는 것이었다.

우연히 사진 동아리에 가입을 하고 사진을 찍기 시작하면서 처음으로 어떤 해방감을 맛보았다.

그리고 대학 생활내내 사진 동아리에 몰두했다.

하지만 정해진 길을 가지 않고 스스로 새로운 길을 찾아나서는 것은 무척 두려운 일이었다.

과연 잘 할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과

내게 사진적 재능이 없는 것은 아닐까하는 의심이 끊임없이 찾아왔다.

동아리 핑계로 수업에 자주 빠지다가 지도교수님께 불려갔을 때 교수님은 왜 지름길을 놔두고 멀리 돌아가냐고 질책하셨다.

교수님이 말씀하신 지름길은 구체적이고 현실적으로 미래의 내 모습을 그려주며 나를 유혹했다.

그에 반해 내가 가고 싶은 다큐 사진가의 길은 막연하고 깜깜했다.

하고 싶다는 동물적인 감각만으로 더듬더듬 찾아가야하는 미지의 길...

졸업을 앞두고 나는 우물쭈물하다가 다시 제자리로 돌아왔다.

이러다가 계속 미뤄두고 있었던 지름길을 향한 막차마저 놓칠 지 모르겠다는 불안감이 엄습했다.

대학에서의 마지막 일년을 한치의 여유도 없이 구멍난 학점을 채우느라 바쁘게 보냈고 약사고시를 봤다.

아르바이트를 해서 차곡차곡 모았던 카메라와 렌즈들을 택시에서 한꺼번에 잃어버리고 그리고 꿈도 잊었다.

코론행 비행기에서

서로의 몸을 탐하는 한쌍의 연인을 보다가

안될거라고, 못할 거라고 지레 겁을 먹고 돌아섰던 이십대 중반의 나를 맞닥뜨리게 되었다.

네가 가진 것이 많아서 그래. 하지만 그것이 새로운 길을 탐색하고자하는 네게 독이 될 수도 있지.
갈림길에서 고민하고 괴로워할 때 곁에 있었던 동아리 선배가 해 준 충고도 떠올랐다.
특별한 재능에 목말랐던 내게 가진 것이 많다는 말은 그리 와 닿지 않았다.

하지만 비워야 채울 수 있듯이 둘 중에 하나는, 무언가는 포기해야 할거라는 생각이 어렴풋이 들었었다.
여행을 하면서 다시 사진은 내 삶에 중요한 부분이 되었다.

프리마켓에서 사진을 팔면서 내 사진을 좋아하는 사람들을 직접 만나고 사진집까지 내게 된 것은 무척 즐겁고 행복한 경험이었다.

그럼에도 사진으로는 길이 안보인다는 생각이 계속 들었고 몇군데 면접을 보고 회사를 들어가는 것이 훨씬 현실적이고 쉬운 선택이었다.

나는 마치 도망갈 곳을 찾느라 계속 뒤를 돌아보며 뛰는 사람 같았다.

앞으로 나아갈 수 없는 것은 재능이 부족해서라기 보다 두려움 때문에 자꾸 뒤를 돌아보기 때문이었다.

도망칠 곳이 있었기 때문에 나아갈 수 없었고 그 것이 내게 독이 될 수도 있다고 했던 선배의 말처럼 그 때문에 오히려 멀리 돌아가는 길을 택하게 된 것이 아니었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왈링왈링 앞 바다

살랑살랑 가벼운 파도를 느끼며 기분 좋게 떠 있었다.

바다가 내 마음을 가득 채웠다.

모양이며 색깔, 크기, 어느 것 하나 똑같지 않은 각양각색의 물고기와 산호초가 자신의 모습을 뽐내고 있다.

누가 더 예쁘고 못났다고 말할 수 있을까

회사 생활은 나쁘지 않았지만 회사에서의 성공, 직급, 돈과 명예, 그런 것들은 내 꿈과는 거리가 멀었다.

그 속에서 나는 다르게 살고 싶다는 생각이 또렷해지는 것을 느꼈다.

그래, 인생사 지나가버리는 한 때인 것을 무엇을 망설이고 주저하고 있나.

머리아프게 계산하고 따져봐야 결국 자신의 마음이 정한 자리로 돌아오는 것을.

더이상 뒤 돌아보지 말자고, 내 마음이 정하는 그 곳으로 끝까지 한 번 가보자고 다짐했다.

나는 지금 어디쯤 와 있는 것일까, 어느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일까, 섬에서는 얼마나 떨어져 있는 것일까

바닷속 풍경에 사로잡혀 물고기 떼를 따라 산호숲을 따라 나는 지금 어디론가 가고 있는 중이다.

마음 속에 환한 빛 하나 켜지는 느낌이 들었다.
깜깜한 어둠 속에 묻혀있는 내 꿈을 향한 길을 밝혀줄 빛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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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lire | 2011/03/16 22:02 | PERMALINK | EDIT/DEL | REPLY

    요즘 긴글은 잘 눈에 들어 오지 않아 읽지 않았는데
    눈이 번쩍 띄이는구만.
    이런 생각을 하며 사는 용감한 친구들이 곁에 많이 있어서, 한편 불안하면서도, 한편은 안심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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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라라카오 섬 :: 2011/03/09 04:08



섬에 필요한 대부분의 물자는 코론에서 직접 실어오는데 해산물이랑 생활용수는 근처 섬에서 구해온다.
에드를 따라 현지인들이 살고있는 섬에 가 보기로 했다.



날씨가 맑아서 물빛, 하늘빛이 환상이다.
출발!





불랄라카오섬 선착장에서 아이들이 놀고 있다.
우리를 보고 모여든다. 사진과 동영상을 찍으니 물 속으로 풍덩~ 다이빙을 하고 공중제비 묘기를 보여주었다.



묻고 묻고 또 물어도, 자꾸 자꾸 까 먹는 이 섬의 이름은 불랄라카오.



맹그로브 숲으로 둘러싸인 조그만 섬.
맹그로브는 나뭇가지의 가장자리에 생긴 새끼 나무가 바닷물에 떨어져서 번식하는 태생 식물, 맹그로브 가지위에 집을 짓고 산다.



에드가 가스를 충전하고 해산물을 구하는 동안 우리는 섬을 돌아다니며 사진을 찍었다.
이방인의 눈에는 모든 것이 아름답고 평화로워 보인다.



아이들이 가지고 노는 장난감 배. 멀리서 보기에도 만든 솜씨가 좋다.



겨울동안 햇빛 한 번 제대로 쬐지 못한 아이들이 뜨거운 태양 아래 두어시간 돌아다니더니 지쳤나보다.
내가 캠코더로 맹그로브 숲 위의 수상가옥을 찍는동안 좌린 혼자 힘자랑



왈링왈링으로 돌아왔다.
물빛, 하늘빛 정말 환상이다.
당장 뛰어들고 싶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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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미겔 광고 :: 2011/03/07 12:54





요즘, 참으로 오랜만에 마음놓고 술을 마실 수 있게 되었다.
멋진 풍경을 앞에 두고 시원한 파도소리를 들으며 시원한 맥주 한잔 들이키는 것이 얼마나 좋던지.


진향아, 대체 언제쯤이면 너랑 다시 술을 마실 수 있는거야?
임신과 수유로 수년동안 술을 멀리하게 되자 친구들이 종종 닥달을 했다.
원래는 아루 젖을 떼면 기념으로 강남역 모 브로이 하우스에서 맥주를 코가 비뚤어지게 마셔보자는 약속도 있었는데 아루가 젖을 떼기전에 해람이를 임신했고 해람이에게도 아루처럼 25개월 꽉 채워 젖을 먹이는 바람에 슬며시 잊혀졌다.
생각해보면 젖 먹이는 일만큼 내 생활을 오랫동안 강하게 통제한 것도 없는 것 같다.
내가 먹는 음식이 아이에게 전해진다는 생각에 외식, 술, 인스턴트를 멀리했고
무엇보다 시시때때로 젖을 찾는 아이를 두고 오랫동안 멀리 나가 있을 수가 없었다.
물론 답답하고 귀찮을 때도 있었지만 아이가 나로 인해 안정감을 찾고 나로 인해 자라나는 모습을 보는 것이 참 행복했다.
아루 해람이 모두 오래 먹여서인지 어렵지않게 젖을 뗐다.
아루는 젖을 그만먹기로 약속하더니 그뒤로 단 한번도 찾지 않았고 해람이는 조금 아쉬워했지만 엄마가 자신을 내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으며 금새 적응했다.
오히려 젖을 떼고나서 오랫동안 아쉽고 허전한 마음을 떨치지 못한 것은 바로 나였을지도 모르겠다.
아이들은 자라면서 다 잊어 버리겠지만 (벌써 다 잊었을 지도 모른다)
품에 안아 젖을 물리고 눈을 맞추던 그 행복했던 시간들을 나는 두고두고 생생하게 기억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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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beany | 2011/03/09 16:20 | PERMALINK | EDIT/DEL | REPLY

    오랜만에... 반가워요. 선우도 정말 많이 컸겠네요~
    블로그에도 종종 들를게요
    소식 전해주어 고맙습니다.

  • 란향 | 2011/03/19 02:52 | PERMALINK | EDIT/DEL | REPLY

    전 100일밖에 못 먹였는데.. 세돌 된 것들을 보면서 징그럽게도 가끔 그때를 떠올리며 다시 먹여보고 싶다는 생각이...^^
    열대 조용하게 잠든 바닷가에서 파도 소리 들으며 여유롭게 마시는 병맥...
    또 열대 시끄러운 낯선 음악 들으며 조금은 흥청거리며 시샤물고 쇼파에 기대 누워 있던 다합..
    생각나요.. 그리워요.
    우리 신랑은 이런 여행 하지 않아서,, 감정 공유가 어려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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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둘, 아이 여섯 :: 2011/03/07 03:09

그동안 어떻게 지냈니?
깐데가 우리가 헤어진 이후 일본에서 석달, 필리핀에서 넉달 가까이 지낸 이야기 끝에 내게 물었다.
큰 변화는 없었어. 그런데 사실은 좀 우울했어.

특별한 일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오히려 특별한 무언가가 없었던 것이, 늘상 반복되는 듯 흘러가는 일상이 불만스럽고 답답했는지도 모르겠다.
아이들의 시간은 하루하루가 다르고 새로움으로 가득차 있을지 몰라도 내 삶은 정체되고 오히려 퇴화하고 있는 것만 같았다.
물론 아이들과 지내는 시간이 얼마나 행복한지, 그리고 아이들로부터 나는 얼마나 많은 것을 깨우치고 배우고 있는지 잊은 것은 아니다.
하지만 아이들을 재우고나서 밤늦게까지 어질러진 방안을 정리하고 설겆이를 하려면 짜증이 났다.
내일은 뭘 해먹어야 하나 밤마다 냉장고를 뒤지며 고민을 하다보면 내가 직접 만들어 먹는다는 뿌듯함과 요리하면서 느끼는 즐거움이 떠오르기 보다 하기 싫어도 미룰 수 없는 숙제처럼 느껴졌다.
모든 우선 순위는 아이들, 그리고 집안일.
읽고 싶은 책, 맘껏 빠져들고 몰두할 수 있는 나만의 시간, 게으름을 부리고 싶은 욕망은 계속 미뤄두어야 했다.
내 삶에 대한 갈망과 조급함은 해소되지 못하고 꾸역꾸역 쌓여서 나를 괴롭혔다.
자존감을 지키고 싶었고 사진 모임을 꾸리고 한밤중에 인터넷으로 스페인어 수업을 받기도 했지만 의욕에 비해 성과는 초라했다.
피곤했고 점점 무기력해졌다.
좌린은 일주일에 이틀 이상 자정무렵 퇴근을 했다. 나름 최선을 다하고 있다지만 집안일에 소흘할 수 밖에 없었다.
육아와 가사가 나에게로 집중되는 것이 부담스럽고 힘에 부쳤다.
주말 아침 늦잠을 자는 것을 보면 저도 피곤하겠지 이해를 하다가도 결국에는 분통을 터뜨리곤 했다.
너는 어쩜 내 생각은 눈꼽만큼도 하지 않냐며 신경질을 부렸고
좌린도 내 본심이 그렇지 않은 걸 알았겠지만 과도한 비난이라며 따지고 들었다.
내 선택이었다. 가기 싫은 군대에 끌려간 것도 아니고 (화장실조차 내 마음대로 가지 못하는, 기본적인 욕망조차 통제되는 상황을 이야기할 때 좌린은 군대에 빗대어 대꾸하곤 했다) 원치않은 임신으로 어쩔 수 없이 그렇게 된 것도 아니었다.
아이들이 있는 행복한 가정을 꿈꾸었고 아이들이 어릴 때, 돌봐주는 사람이 꼭 필요할 때 같이 있어주는 엄마가 되고 싶었다.
내가 선택한 길을 즐겁고 유쾌하게 돌파하고 싶었는데 힘들고 지쳤다고 징징거리고 있는 내 모습이 진짜 우울했다.


그래서, 우울할 때 어떻게 했어?
아이들이랑 자전거를 타고 공원이랑 동네를 쏘다녔어.
그리고 가끔 네 생각을 했어. 아이들과 여행하는 네 모습을 떠올리면 기분이 좋아지더라구.
그래, 나는 애가 넷이나 되잖아. 위로가 되지.
내가 우울할 때 자기를 떠올렸다고 하니 깐데가 몹시 좋아했다.
애를 넷 씩이나 데리고 날마다 새롭고 예상치 못한 상황에 직면할 그녀를 떠올리며 내가 마주하고 있는 이 순간은 아무 것도 아니라는 생각을 했었다.









좌린 표현에 의하면
칸데 아줌마는 영락없는 보살님이다.
평균 1.5명의 아이가 시야에서 사라져 있고, 0.5명의 아이는 어디선가 울고 있는데
첫째 아이 공부를 시키고 (의무교육의 일환으로 아르헨티나 대사관에서 내주는 숙제를 제출해야 한댄다)
막내 기저귀를 갈고 애들을 씻기고 먹이고 재운다.
그 와중에 간간히 캠코더 촬영을 하다,
어느새 얼굴 가득 미소를 띠고 스노클링을 하러 바다로 느긋하게 걸어간다.
http://www.ddanzi.com/ddanzi/blog/blog.php?blid=zwarin&bno=3495

정말로 얼굴 가득 미소를 띈 깐데의 모습을 떠올리는 것이 내겐 큰 위로가 되었다.






엄마, 엄마. 끊임없이 조잘대고 엄마를 찾는 여섯명의 아이들이 언제나 우리 주변에 있었다.
누구의 엄마, 누구의 아이 따지지 않고 이야기를 들어주고 묻는 말에 대답을 해주고 기저귀를 갈아주고 함께 놀아주었다.
그러면서 틈틈이  아이들에 대하여, 여행에 대하여, 삶에 대하여 기분 좋은 수다를 이어갔다.




진향아, 네 손을 좀 봐.
살림을 하면서부터 겨울만되면 습진으로 두 손이 빨갛게 부풀어 올랐다.
동네에 사는 J언니, 꼭 그러려고 한 것은 아닌데 힘들고 속상할 때 만나게 되는 사람이다. 나를 좀 돌아보라고, 스스로를 좀 돌봐주라고 일깨워주었다.
아이들이 자라면서 자연스럽게 내 시간이 늘어날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렇지 않았다. (앞으로 아이들이 훨씬 더 크면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육체적인 고단함은 나아졌지만 정신적인 긴장감은 지속되었다.
집안일은 정말 어디가 시작이고 끝인지 알 수가 없었다. 하면 할수록 기대수준이 높아져서 아무리 노력해도 제로섬이 되는 것 같았다.
누구한테 보이기 민망할 정도로 퉁퉁 부어오른 내 손을 바라보다가 문득 내가 한없이 가여워졌다.
내 손을 어루만지면서 조금 더 주도적으로 살자고 다짐했다.
늘상하는 집안일에 선을 긋고 식기세척기를 들였다.
나태해지고 느긋해지려 애를 썼다. 그래야 우선 순위에서 배제된 나를 돌아보고 안아줄 수 있었다.
찌질하게, 내가 이렇게 힘들 때 옆에서 너는 뭐를 했냐고 우울한 나를 위로하고 돌봐달라고 징징거리는 것을 멈출 수 있었다.

잠깐만.
엄마는 지금 몹시 졸리거든. 10분만 자고 일어날께. 그동안 너희들은 뭘하고 놀면 좋을까?
아이들에게 솔직한 내 마음을, 미뤄두기만 했던 내 마음을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내가 잠깐 낮잠을 자거나 다른 일에 골몰할 때 아루는 놀라울 정도로 의젓하게 해람이를 챙기기도 한다.
일방적으로 헌신하고 일방적으로 기대어 사는 관계는 없다.
모든 것을 다 내어준 대신 내 삶은 보잘것 없이 흘러가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두려움이 들었을 때
아이들이 내 이야기를 들어주고 기꺼이 내 시간을 허락해주는 것을 보며
그 두려움을 떨쳐낼 힘을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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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2011/03/07 21:24 | PERMALINK | EDIT/DEL | REPLY

    어제는 세비야근교에서 치즈를 만들며 지내는 마리아를 만나러 다녀왔다.
    지인을 통해 알게되었는데 마을에서도 좀 떨어진 곳에 고즈넉히 자리잡은 그녀의 집과 작은 치즈공장에 완전 매료되었지.
    그녀가 있는 곳이 산티아고길의 '은의 길'루트와 연결되더라고..
    해의 시간에 맞춰 산다는 그녀의 느린삶에서 이미 알고 있는 지인들의 얼굴들이 떠오르며
    어딜가나 같은 삶의 결을 가진 사람들이 만난다는 생각이 문득 들더라. 너와, 그녀가 만났듯이..
    세비야에서 시작되는 산티아고길을 봄에는 조금 걸어봐도 좋겠다 싶다.
    이름도 '은의 길'이니 나를 위한 길아니겠어..ㅋ
    아이들과 함께했던 순간순간이 지금너에게 빛나고 있으니 정말 잘 살고 있는 것 아닐까.
    아이들데리고 스페인와라.ㅎ

  • 꾸우 | 2011/03/08 02:34 | PERMALINK | EDIT/DEL | REPLY

    아이 둘 키우는 입장에서... 비니님 글은 언제나 위안이 되고 위로가 됩니다.
    저는 아이둘 키우면서 일하는데- 육아, 살림, 일... 뭐하나 확 집중하지 못하는 것 같아
    가슴에 응어리진 것 같거든요... 나를 찾는답시고 일을하고는 있지만,
    그만큼 소홀해지는 가정과 육아 때문에 밤만되면 우울이 찾아오곤 하네요...
    오늘의 글은 어떤때보다 특별히 비니님의 솔직한 마음을 엿볼 수 있어 더더욱 반갑습니다 :)

  • Hyun | 2011/03/08 08:57 | PERMALINK | EDIT/DEL | REPLY

    예전과 달리 거의 혼자서 아이를 돌보고 키우고 집안일을 해야하는 요즘세상에서는
    우울하고 힘들때가 있는게 당연한것 같은데 우울하고 힘들어하는 나를 볼때마다 모성애 부족인가 하는 죄책감까지 들어야 하다니 정말 엄마라는 자리가 어려운것 같아요.
    다시 회사생활을 하면서 가장 좋은게, 가고싶은때에 '혼자서' 화장실을 가는 것이라고 하면,
    남편들은 조금이라도 그걸 이해하려는지.

  • 홍수영 | 2011/03/09 15:23 | PERMALINK | EDIT/DEL | REPLY

    많이 우울하셨나봐요...;;;

    집안일은 수키에게 미루기만 하고 늘 밖으로 나돌 궁리만 하는 철딱서니 엄마지만, 어찌 생각하면 그게 젤루 속이 편한 듯. 어젠 9시까지 야진을 하느라 파김치가 됐는데도, 차라리 일이 바쁜 게 낫고, 또 이렇게 밖에서 일하는 게 낫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퇴근할 때는 집에 쉬러 가는 게 아니라, 다시 집으로 출근한다는 생각에 우울해지기도 했었구요.

    그래도 이게 다 한때거니 생각하면... 그나마 조금은 위로가 되는 듯해요. 또한 누릴 수 있을 때 맘껏 누리자는 마음도 들고요. 앞으로 5년만 지나도... 딸아이는 제 비밀을 가슴에 꼭꼭 숨기고 엄마와는 말이 안 통해! 하고 삐질 나이가 되고, 아들내미는 엄마가 출근할 때 잘 다녀오라고 뽀뽀를 하기는커녕 본체만체 숨어버릴 나이가 되겠죠.

    나중에 아쉬워하지 말고, 다 지난 다음에야 후회하지 말고, 지금을 붙잡고 주어진 것을 힘껏 누리는 삶이 가장 행복하다고 믿어요.

  • beany | 2011/03/09 16:28 | PERMALINK | EDIT/DEL | REPLY

    활/그래, 해람이 조금 더 크면 나 혼자라도 애들 데리고 갈게... 정말?!
    꾸우, Hyun/어쩔 때는 남편보다도 비슷한 처지의 엄마들끼리 공감할 수 있는 게 더 많기도 하지요. 제 글에 공감하시는 분들이 계시니 반갑네요.
    홍수영/지금을 힘껏 누리는 삶! 그쵸 그 밖에 다른 방법이 뭐 있겠어요?

  • 란향 | 2011/03/19 03:00 | PERMALINK | EDIT/DEL | REPLY

    글의 많은 부분이 문득문득 공감이 되네요.
    2년 육아휴직 계획하면서 정말 좋은 엄마가 되고 싶은 맘으로 시작했지만 1년 반이 지나가자 복직을 바라게 되더라고요.
    세 살되어 복직해서 2010년 한 해보내면서 애들이 힘들어하는 거 보고 후회했어요. 눈 딱 감고 3년 버틸걸하고요.. 아루 해람이가 참 부럽기도 하고요.
    지금은 애들도 저도 어느정도 적응도 하고 요령도 파악하고... 많이 좋아졌지만..
    살림... 일단 나가면 살림 노동의 양, 정도.. 모두 1/3으로 줄어드는 듯. 집에 있으면 이것도 보이고 저것도 보이고, 물컵도 나오고 먼지도 자꾸 나고. 휴ㅠㅠ,.. 그렇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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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이 왔다. 재회 (수정) :: 2011/02/21 08:38









마닐라 공항에 내렸을 때 우리가 필리핀에 대해 아는 것이 너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행 일정을 짜고 정보를 모으고 예약을 하는 것은 주로 내 몫인데 이번에는 나도 우리가 가는 섬에 대해 아무 것도 몰랐고 여행 가이드북 조차 들춰보지 못했다.
사실, 이번 여행의 목적은 세상에서 가장 멋진 이 가족을 다시 만나는 것이었다.

 한동안 우리에겐 정신적인 여유가 별로 없었다.
좌린은 좌린대로 나는 나대로 각자의 역할을 빠듯하게 소화해느라 딴 생각을 할 여력이 없었다.
해람이가 두돌이 되기 직전에, 비행기 값을 절약할 수 있을 때 여행 한번 다녀오자던 오래전 약속은 감히 입밖으로 꺼내지도 못하고 지나쳐 버렸다.
그러다가 1월의 어느날 날씨가 너무 춥다고 투덜거리다가 문득 따뜻한 나라에 여행을 가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다가오는 설연휴에 패키지 여행이라도 가보자고 의기투합을 하게 되었다.
싸게 갈 수 있는 땡처리 여행상품을 찾아보다가 아무래도 4박 5일, 5박 6일 패키지 여행은 썩 내키지 않아 이왕 가는 거 일주일은 놀다오자 라고 마음을 바꾸었다.
여행을 떠올리니 자연스럽게 필리핀이나 말레이시아, 동남아 어딘가에 있을 헤르만 가족이 생각났고 다시 만나면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편지를 썼다.
불과 다섯 시간만에 답장이 왔다.
필리핀 보라카이에 머무르고 있으며 필리핀에서 만나자는 내용이었다.
팔라완 코론의 섬주인으로부터 초대를 받았고 우리도 같이 가자며 섬주인 도니를 소개시켜 주었다.
보름을 남겨두고 급하게 항공권을 구하고 해람이 여권을 만들었다.
급하게 먹는 밥에 체한다고 나와 필리핀 항공 직원의 실수로 우여곡절을 겪었지만 결국 이렇게 여기, 왈링왈링 섬에 왔고
드디어 그들도 왔다. 헤르만, 깐데, 팜파, 떼외, 팔로마, 왈라비.

모든 것이 꿈만 같았다.
그들과 함께 지낸 서울에서의 일주일
여기 이 천국같은 섬
그리고 재회

오래된 친구처럼 반가워서 한참을 껴안고 한참을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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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홍수영 | 2011/02/26 22:38 | PERMALINK | EDIT/DEL | REPLY

    아... 이 가족을 다시 만나셨군요! 우와~ 제가 괜히 반갑고 기쁘고 그렇네요. 여전히 여행은 잘 하고 계시는지 궁금하기도 해요. 언뜻 아이들 학교 문제 때문에 조만간 어딘가에 정착할 예정이라는 기사를 읽었던 것도 같아서요.

    삶의 아주 많은 부분이... 결국에는 받아들이는 나의 마음에 달려있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오늘 오셨던 분이 국제학교 직원인데, 소위 대한민국 0.01%에 들어가는 아이들이 그 학교에 다닌다고 하더군요. 이름만 들어면 알만한 대기업 자녀들 뭐 그런 아이들요. 가만히 얘기를 듣다보니 남들은 부러워할지 몰라도 고민하고 방황하는 사춘기 아이들의 모습은 비슷비슷하더군요. 문제아도 있고, 모범생도 있고. ^^

    결국에는 나의 삶을 얼마나 고맙고 기쁘게 살아가느냐 라는 문제인 듯해요. 이 사진에 보이는 여섯 아이들과 네 명의 어른이 모두 삶을 긍정적이고 넉넉하게 받아들이는 듯해서 보는 저까지도 마음이 푸근해집니다. 삶에 정답이란 없지만, 나의 만족과 나의 충만함을 누리면 산다면 그것만큼 행복한 일이 있을까 싶어요.

  • beany | 2011/03/09 16:30 | PERMALINK | EDIT/DEL | REPLY

    아시아에서 2년 여행하고 알헨으로 돌아갈 예정인데 작년 7월 우리나라가 첫 여행지였으니 아직도 일년 반 정도 남았네요. 돌아갈 시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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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크릿 아일랜드 :: 2011/02/16 01:44

아침이 밝았다.











하얗고 고운 산호 해변
물이 맑고 파도가 심하지 않아 주변이 거대한 수영장 같았다.
갖가지 산호초와 열대어들이 끝없이 펼쳐지는 바닷속은 또 얼마나 아름다운지!
그리고 우리 네 식구만 있다는 사실! (일하는 사람들 빼고)
꿈이 아닐까하는 괜한 걱정, 지상낙원에 와 있는 듯 한 착각이 들 정도였다.



하루종일 신나게 물놀이를 하고



때가 되면 영차영차 돌계단을 올라가 차려주는 밥을 먹고





햇빛이 너무 뜨거울 때는 그늘에서 낮잠을 잤다.

코론 주변의  작은 섬, 시설이 아주 기본적이라고 해서 꽤 원시적인 생활을 하게 되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었는데 모든 것이 잘 갖추어져 있었다. 
섬에 손님이 올 때만 한시적으로 그런 것이겠지만 요리사를 포함해서 여러명의 일꾼이 있었다.
우리가 맨발로 뛰어다니는 이 하얀 모래밭, 아침마다 서너명이 그물을 들고다니며 돌과 조개껍데기를 골라냈다.
화장실, 샤워실도 마닐라에서 하루 묵었던 호텔보다 훨씬 좋았고 필요한 물을 인근 섬에서 길어 온다는데 수도꼭지를 틀면 콸콸까지는 아니어도 물이 잘 나왔다.
음식도 우리가 직접 해 먹어야 할꺼라고 생각했는데 코론타운에서 장을 볼 때 요리사를 붙여주더니 매끼마다 두세가지 요리를 내 놓았다.
너무 황송해서 우리가 이런 대접을 받아도 될지 살짝 걱정이 들 정도였다.

섬 주인 Dony가 시크릿 가든의 김주원 정도의 부자인가보다
이 섬을 시크릿 아일랜드라고 부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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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Hyun | 2011/02/17 17:24 | PERMALINK | EDIT/DEL | REPLY

    안녕하세요?
    저 학보사 고재중씨 아내되는 (에구 설명이 구구하네요 ㅋ)
    정현창이라고 해요.
    몇달 전에 올림픽 공원에서 잠깐 스쳤었죠~
    따뜻한 나라 다녀오신것 같아 너무 부럽고 반가워서 인사 남깁니다 ^^

    • beany | 2011/02/21 08:45 | PERMALINK | EDIT/DEL

      아, 반가워요, 반가워~
      수년전에는 학보사 모임을 종종 하더니 하나둘 결혼하더니 요즘엔 아주 뜸하네요.
      올팍에 오시면 꼭 연락주세요

  • 니나맘 | 2011/02/17 20:23 | PERMALINK | EDIT/DEL | REPLY

    안녕하세요? 예전에 사진집을 재미있게 보고 블로그에 놀러오게 된 세살배기 아기 엄마입니다.
    섬이 아주 아름다운데, 어느 곳인지 이름을 알 수 있을까요?
    저희도 아기와 여행을 계획중이라서요~
    멋진 여행하세요~~

    • beany | 2011/02/21 08:56 | PERMALINK | EDIT/DEL

      네, 반갑습니다.
      저희가 다녀온 곳은 필리핀 팔라완주의 코론섬 근처에 있는 무인도예요. 개인이 소유한 섬이라서 여행상품으로 가실 수는 없구요.(리조트나 숙박시설이 지어진 곳이 아니거든요...)
      코론섬 인근에도 리조트가 꽤 있으니 한 번 찾아보세요.
      그런데 아직 코론까지 직항이 없고 필리핀에어로 가더라도 인천-마닐라-부수앙가(코론섬 공항이름) 연결이 논스톱으로 되지 않으며 부수앙가, 코론 섬에는 비치가 없기 때문에 배를 타고 또 이동을 해야하는 불편함이 있어요.
      코론에서 배를 타고 나가면 하얀 백사장,물빛도 예술이고 바닷속도 환상이지만 가는 길이 좀....
      여행 일정이 길다면 느긋하게 이동하면 되지만 그렇지 않다면 어린 아기랑 힘들 수도 있을 것 같아요

  • 홍수영 | 2011/02/26 22:28 | PERMALINK | EDIT/DEL | REPLY

    아루나 해람이... 필리핀에서 지낼 때는 피부도 깨끗하고 아픈 곳도 없고 그렇지 않던가요? 규리양과 무창군은 발리에 도착한지 딱 사흘만에 콧물 찔찔거리는 게 없어졌습니다. 하지만 서울로 다시 돌아오니 일주일만에 다시 콧물 찔찔

    • beany | 2011/03/09 16:32 | PERMALINK | EDIT/DEL

      네, 다행히 두 아이 모두 건강하게 잘 지내다 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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왈링왈링 섬으로 가는 길 :: 2011/02/16 00:21



마닐라 호텔(한밤중에 택시기사를 따라가서 호텔 이름도 모르겠당^^)에서 아침을 먹고



부수앙가 행 비행기를 탔다.



아이들은 창문에 붙어서서 활주로 위의 비행기들을 구경하느라고 바쁘다.



신이나서 노래가 절로 나오고



본 것들을 그림으로 그려본다.
비행기로 짐을 실어 나르는 공항차를 그리는 아루님. 그림이 제법 구체적이다.



코론타운에서 점심을 먹고 시장을 보고 왈링왈링 섬으로 가기위해 배를 탔다.



소금기 머금은 바닷바람을 맞으며 두어 시간을 달려갔다.



해람이가 멀미를 할까봐 걱정했는데 다행히 철썩철썩 파도소리, 울렁울렁 배의 움직임에 스르르 잠이 들었다.
해가 뉘엿뉘엿 넘어가고 있다.
여행을 하면 하루가 무척 길게 느껴진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새로운 경험을 하고 몸을 많이 움직이기 때문인 것 같다.
예전에 좌린이, 불로초가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하루 하루를 즐겁고 신나게 살다보면 주어진 같은 시간이라도 더 길게 살 수 있다고 했던 말이 떠올랐다.


해질무렵, 우리가 도착한 이 곳은 왈링왈링 섬, 구글맵에는 Docs island로 표시되어 있다.

http://maps.google.com/maps?ll=11.784424,120.134028&spn=0.008098,0.006448&t=h&z=17&lci=com.panoramio.all

우리를 초대해준 Dony 소유의 아주 작은 섬이다.




짐을 풀고 저녁을 먹고나니 깜깜한 밤이 되었다.
해변의 작은 오두막, 사진 속의 오두막 옆에 하나가 더 있는데 그 곳에서 우리가 지내기로 했다.
주변을 둘러봐도 다른 불빛하나 없고 들리는 것은 파도소리 뿐...
도시의 불빛과 소음 속에서 나도 모르게 내 몸을 얼마나 혹사하며 살고 있는지 되돌아보게 된다.
 


랜턴을 켜 놓고 아이들과 모래놀이를 했다.
하루종일 바쁘게 움직이느라고 깜박 잊었는데 오늘이 좌린 생일이다.
아이들과 모래로 케잌을 만들고 랜턴을 촛불 삼아 생일을, 그리고 우리의 여행을 자축했다.
꼬박 만 하루 걸려서 드디어 도.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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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홍수영 | 2011/02/26 22:25 | PERMALINK | EDIT/DEL | REPLY

    어머나! 아주 멋진 여행을 다녀오셨군요! 개인 소유의 무인도라... 완전 부럽습니다. 곱고 깨끗한 백사장이 더할 수 없이 아름답네요. 무엇보다도 우리만의 공간이라는 게 더 멋진 거겠죠? 게다가 좌린 생일까지 겹치다니... 늦었지만 축하드립니다!!!!

    규리 아빠는 1월 10일부터 아이들을 데리고 3주 동안 발리에 다녀왔습니다. 물론 저는 혼자 쓸쓸하게 서울에 남아서 근무했지요.(가장은 은근 슬픕니다...;;;;) 규리 아빠가 아이들 데리고 신나게(?) 노는 동안, 저는 운영하던 한의원을 정리하고 송파구 문정동으로 한의원으로 옮겼습니다. 출근시간이 길어진 것도 있지만, 피부와 성형 등 새로운 분야를 배우느라 정신없이 바쁘게 지내고 있네요.

    규리 아빠는 돌아오자마자 여름에 푸켓에 갈 궁리를 하는데...;;;; 어이구, 철딱서니야! 소리가 절로 나옵니다! 여름에는 소박하게 강원도 평창에서 보내고 겨울에 어디든 가기로 했답니다. ㅋㅋㅋ 필리핀 세부도 알아보고 있는데, 거긴 오래 묵을 분위기가 아닌 듯해서 조금 망설이고 있어요. 아시다시피 규리 아빠의 여행 스타일은 딱 은퇴한 노인네들 스타일이라...;;;
    혹시 괜찮다면 돌아오는 겨울에는 함께 떠나보심이 어떨런지요??? 전 막판에 합류해서 3박5일 정도로 짧게 다녀올 생각이고, 규리 아빠와 아이들은 한 3주 예정하고 있답니다. 규리아빠는 벌써부터 항공편 알아보는 중이니 성격하고는 참.

    • beany | 2011/03/09 16:34 | PERMALINK | EDIT/DEL

      문정동이면 저희 집이랑 가깝네요.
      방학때마다 아이들이랑 그리 오래 여행을 하시니 정말 부러울 따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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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행 :: 2011/02/14 08:08



좌린이 일찍 퇴근한 어느날 저녁
해람이 목에 보자기를 두르고 머리카락을 잘라 주었다.
지난 십여년간 단 한번도 꺼낸적이 없었던 바리깡을 들고 조심조심...
해람이도 최근에 미용실에서 엄마, 아빠, 누나가 머리 자르는 모습을 봐서일까, 왱~하는 기계음에 놀라거나 두려워하지 않고 몸에 닿는 느낌이 간지럽다고 키득키득 기분좋게 웃고 있었다.
아들의 머리카락을 손수 잘라주는 것, 해 보고 싶었던 거야.
보자기의 머리카락을 털어내며 좌린이, 약간 상기된 얼굴로 말했다.
아빠가 이발사가 되고 아루가 조수가 되어 해람이 머리카락을 자르는 사이에 나는 부엌에서 돼지고기를 튀기고 있었다.
아이들이 탕수육을 좋아해서, 돼지고기를 한 번에 많이 튀겨서 냉동실에 넣어 두고 조금씩 꺼내 먹곤 하는데
얼마전에 사둔 닭가슴살까지 모두 튀겨내다보니 다른 때보다 양이 많았다.
한 시간 꼬박 가스레인지 앞에 붙어서서 튀김을 하고나니 온 몸에서 기름 냄새가 진동을 했다.
다 튀겨놓고 튀김에 맥주 한잔 하려고 했으나 냄새에 질려 먹고 싶은 생각이 싹 달아나 버렸다.
내 몸에 배인 기름 냄새 속에서 퍼뜩 어린시절 엄마 냄새가 떠올랐다.
명절, 제사때마다 음식을 도맡아 했던 엄마, 하루 종일 지짐을 부치고 음식을 만드느라 지친 엄마에게서 맡았던 냄새...
그와 함께 어린 시절 엄마가 직접 만들어 주셨던 도너츠, 계란빵, 카스테라 등이 떠올랐다.
돼지고기를 튀겨서 도시락 반찬으로 싸 주시곤 했는데 지금 내가, 어린 시절 엄마가 우리에게 해 주신 것처럼 그렇게 우리 아이들에게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드니 피식 웃음이 났다.
스무살에는 아니, 첫 아이 아루를 낳을 때까지도 단 한번도 상상하지 못했던 모습으로 내가 살아가고 있구나.
어릴 때부터 여성도 경제활동을 하면서(돈을 벌면서) 자신의 능력을 펼쳐야 한다고 교육 받았고 전근대적이고 무능력한 여성의 표상인 전업 주부로 사는 것은 생각할 가치조차 없는 일이었는데...
어느 밤샘 술자리에서 주민등록 말소하고 혼자 어딘가에 숨어서 살겠다던 이십대 중반의 좌린 역시 아들의 머리카락을 자르며 아버지의 로망이야,라고 말하게 될 줄 상상이나 했을까.
부아앙~ 비행기를 타고 더운 나라로 여행을 간다는 이야기에 한껏 들뜬 아이들이 늦게 잠이 들고 여행 짐 리스트를 적으며 새로 만든 해람이 여권을 보면서 우리도 무척 신이 났다.
회사를 그만 두고 아이들을 키우기로 한 것은 잘한 선택이었다.
물론 두 가지 병행할 수 있었다면 더 좋았겠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했고 회사에서 돈을 버는 것보다 아이들과 함께 지내는 것이 내겐 훨씬 중요하니까...
하지만 하루 대부분의 시간을 아이들과 집안일에 나누어 쓰다보면 나 혼자 무언가에 몰두할 수 있는 시간이 늘 아쉽고 일주일에 이틀이상 자정에 퇴근하는 좌린을 보면 안쓰럽지만 불만스럽기도 했다.
같이 길을 간다는 것은, 같이 걸을 누군가가 있다는 것은 마음에 큰 위로가 된다.
같이 가기 위해서 때로는 내가 하고 싶은 것을 참고 기다려야 하고 상대방의 빠른 걸음에 맞추어야 할 때도 있으며 같이 걸으면서도 때로는 혼자라는 착각과 외로움을 느끼기도 하고 내 멋대로 하고 싶은 유혹에 빠져들기도 하지만...
서로를 믿고 함께 나아가는 한 걸음 한 걸음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오랜만에 떠나는 여행을 앞두고 내가 가고 있는 길, 우리가 함께 가는 길에 대한 생각이 떠올랐다.



1월 29일 토요일 아침, 마닐라.
어두운 방 파아란 커텐 사이로 햇빛이 들어온다.
피부에 닿는 공기가 덥지만 끈적이지 않아 좋다.
불과 열 두시간전까지 영하 십도의 추위 속에 있었다는 사실, 징그럽게 춥고 지루했던 지난 겨울을 떠올리자 배시시 웃음이 났다. 드디어 왔구나!
막판에 항공권이 잘못된 것을 알고 지난 이틀동안 얼마나 정신없이 보냈는지, 지난밤 비행기를 타기 불과 몇시간 전까지 이 비행기를 탈 수 있을 지 몰라 얼마나 마음을 졸였는지, 이제 그딴 것은 모두 서울의 추위와 함께 과거의 시간이 되어 버렸다.
아이들은 공항에서 비행기를 보면서부터 몹시 들뜨고 즐거워했고 늦은밤 기내식도 뚝딱 해치웠다.
한밤중에 내린 낯선 곳에서 낯선 공기, 낯선 사람들을 마주하고 해람이는 울음을 터뜨리기도 했지만 엄마 품에서 곧 안정을 찾았다.
오늘은 어디서 잘까...잘 곳을 정하지 않고 낯선 도시에 내린 것이 참 오랜만이다.
새벽 한 시, 어디로 가야할지 아직 모르지만 새로운 경험에 대한 기대와 설레임으로 가슴이 두근거렸다.
픽업나온 차들을 타고 여러무리의 사람들이 바쁘게 사라지는 동안 우리는 느긋하게 공항 벤치에 앉아 옷을 갈아입고 겨울 옷을 가방에 쑤셔 넣었다.
좌린이 담배를 피우는 사이에 경찰이 다가와 좋은 호텔이 있다며 호객행위를 한다. 경험상 경찰 제복이라든지, 정부가 인정한 가이드 푯말 같은 것이 결코 믿을만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지만 가격이라도 알아두려고 귀담아 들었다.
한국 여행사 직원으로 보이는 사람에게 공항근처의 호텔을 물어서 택시를 탔다.
행선지를 미리 말하고 미터 택시를 탔지만 역시나 택시 기사는 우리가 가자고 하는 호텔을 모른단다.
비행기에서 좌린 옆자리에 앉았던 아저씨에게 받은 호텔 지도가 있어서 그리로 가자고 했더니 공항에서 너무 멀어서 내일 다시 공항으로 오는데 불편하다며 자기가 아는 호텔을 소개해주겠단다.
여행을 하면서 이런 일을 겪을 때 나는 종종 분통을 터뜨리곤 했다. 얄팍한 상술에 속아 넘어가는 것이 불쾌하기도 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가장 큰 원인은 잘 모르는 것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었던 같다.
이제는 이런 상황에서 어느정도 느긋해질 수 있게됐다. 공항에서 멀리가는 것은 좋은 방법이 아니고, 다른 선택이 없으니 택시 기사를 따라가기로 했다. 머릿속으로 아까 경찰이 이야기한 호텔의 가격과 택시 기사에게 줄 팁을 생각하면서...
처음 간 곳에는 빈 방이 없었고 한밤중인데도 북적거리는 홍등가와 술집들이 늘어선 거리를 지나 오래되고 낡았지만 제법 큰 호텔에 방을 잡았다.
더블 침대 두 개를 붙여 넷이 나란히 누웠다.
가슴이 두근거려 잠이 올 것 같지 않았는데 어느 순간 깊은 잠에 빠져 들었다.



좌린과 비니의 새로운 동행, 아루와 해람.
아루가 두돌이 되기전에 발리를 다녀왔는데 그때와 비교할 수 없게 아루는 씩씩하고 활기차다.
두 돌이 갓지난 해람이는 누나가 있어서 얼마나 좋은지! 누나가 있어서 그런지 낯선 환경에 쉽게 적응하는 듯하다.






호텔에서 내려다본 골목길
여행이 즐거운 것은 낯선 공기, 낯선 풍경, 낯선 냄새, 새로운 맛... 오감이 깨어있다는 것을 실감하게 해주기 때문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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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herenow | 2011/02/14 16:51 | PERMALINK | EDIT/DEL | REPLY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비니님.

    아이들과 함께 한 여행 이야기, 사진도 좋고 글도 좋네요.
    제가 경험하지 못하는 세계를 비니님 블로그를 통해 살짝 엿보고 가요. ^^

    • beany | 2011/02/16 03:17 | PERMALINK | EDIT/DEL

      herenow님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저도 herenow님 이야기 들으러 블로그에 놀러갈께요.
      (가끔 생각이 났는데 이제야 링크에 올렸어요^^)

  • 김태민 | 2011/03/02 00:57 | PERMALINK | EDIT/DEL | REPLY

    오랜만에 들려요. 한 1년 만에 온 것 같네요.
    잘 지내고 있으세요? 한밭고 후배 김태민 입니다.
    써 놓으신 길에 대한 글을 읽다가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나네요.

    "같이 길을 간다는 것은, 같이 걸을 누군가가 있다는 것은 마음에 큰 위로가 된다.
    같이 가기 위해서 때로는 내가 하고 싶은 것을 참고 기다려야 하고 상대방의 빠른 걸음에 맞추어야 할 때도 있으며 같이 걸으면서도 때로는 혼자라는 착각과 외로움을 느끼기도 하고 내 멋대로 하고 싶은 유혹에 빠져들기도 하지만... 서로를 믿고 함께 나아가는 한 걸음 한 걸음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길이라는 단어만 생각하면 왜이리 눈물이 나는 지. 작년에 다녔던 제주도 올레길이 떠오르며 그리움에 젖어 봅니다.
    그리고 가끔은 참고 기다려주지 못했던
    내 모습이 바보같이만 느껴지네요. 난 왜 그리 욕심도 많고 못다한 것도 많은 건지.
    어쩔땐 말이죠 어떤 게 욕심이고 어떤 게 열정인지 헷갈려요.
    욕심이면 버리면 되는데 열정이면 불살라야 하는 거쟎아요. 무리해서라도.
    사진에서 보는 아이 키우는 모습이 너무너무 당차고 훌륭해 보입니다.
    저도 4달 있으면 곧 아빠가 되는 데 잘 해낼 수 있을 지 걱정이네요.
    종종 들어와서 예쁜 사진 좋은 글 볼테니 무한업데 부탁드립니다.
    건강하고 행복하게 지내시길 바라며.

    태민 from Florida

    • beany | 2011/03/09 16:39 | PERMALINK | EDIT/DEL

      태민아, 오랜만에 소식 전해주어 정말 반갑고 고맙다.
      네 글을 읽다보니 모든 일에 적극적이었던 예전의 네 모습이 떠오르네.
      여전히 열심히 살고 있구나.
      넉달 후에 아빠가 된다니 축하해.
      걱정하지마, 좋은 아빠가 될테니!
      그래, 종종 들러서 소식 전해주고
      멀리서 너야말로 건강하고 행복하게 지내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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