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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타기 좋은 날 :: 2010/09/28 02:46





생일 선물로 자전거를 샀다.
감기 핑계로 서울에서 보낸 연휴동안 아이들과 자전거를 타고 놀았다.
아빠 얼굴을 쏙 빼닮은 아루님, 성격은 아빠보다 나를 더 닮은 것 같다.
스피드를 내는 것보다 목표를 정하고 그 것을 해내는 데 즐거움을 느끼는 듯.
한강을 따라 천호대교까지 왕복 9킬로, 잠실철교 건너서 테크노마트까지 왕복 8킬로, 불평 한 마디 하지 않고 다녀왔다.
천호대교 다녀오던 날은 아루가 피곤할까봐 조금 걱정을 했는데 뒤를 돌아보니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따라오고 있었다.
아루랑 자전거를 타고 한강을 건너려면 적어도 1,2년은 더 기다려야할 거라고 생각했었는데...
아루님이 대견하다.

그렇게 마음 졸이던 해람이의 감기와 아토피는 많이 좋아졌다.
감기야 시간이 지나면 당연히 좋아지지만 아토피는 어떻게 될지 몰라 걱정했었는데 다행히 진정이 좀 되었다.
아토피는 원인도 모르고 예후를 짐작할 수도 없어 사람을 힘들게 하는 것 같다.
어떤 계기로 아토피가 심해지는 지 정확한 인과관계를 모르겠고 다만 나쁠거라고 짐작되는 요소들을 차단하느라 애를 쓰는데 노력에 비해 효과는 잘 모르겠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에 또 어떤 이유인지 잘 모르겠지만 확 진정되는 것을 보면 일단은 좋기도 하지만 힘이 좀 빠지기도 한다.
결국은 장기전이고 삶의 일부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되뇌이지만 가려워 긁고 상처내는 것을 지켜보는 것은 참 괴로운 일이다.
그래도, 일단 좋아졌으니까 한시름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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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은혜 | 2010/10/14 01:17 | PERMALINK | EDIT/DEL | REPLY

    저희아이도 태어나서 2년동안 아토피때문에 걱정이 참 많았는데. 시골로 이사를 가야하나부터 시작해서.. 근데 어느순간 없어졌어요. 다행이 1년동안은 나타나지 않고 있는데.면역력생기는데 주력해서 공기좋은데서 맨날 뛰어놀고 그랬거든요. 암튼 얼마전에 턱에 조금 올라오더니 그대로 잠잠해졌어요. 해람이도 어느날 문득 좋아질꺼에요.

  • beany | 2010/11/04 11:13 | PERMALINK | EDIT/DEL | REPLY

    그러게요, 어느날 문득 좋아져서 요즘엔 아주 좋은 편이네요. 요르단 페트라에서 만났던 은혜씨, 맞지요? 아이 이야기를 하니까 내가 아는 은혜씨랑 매칭이 잘 안되네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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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 :: 2010/09/21 02:42



아이들과 함께 지내면서 나 자신을 놓치 말아야 한다는 생각을 늘 강박관념처럼 갖고 살았던 것 같다.
집 앞의 놀이터를 갈 때도 꼭 카메라 가방을, 조금이라도 체력이 괜찮으면 백통까지! 들고 다녔고 피아노 레슨에 스페인어 공부, 지난 봄에는 사진 모임도 꾸려봤다.
나름 주어진 여건에서 꽤나 열심히 해 보았지만 늘 마음에 차지 않아 속상하곤 했다.
아이들이 조금 더 자라서 시간과 몸이 조금 더 여유로워지면 그때 하면 된다고 그렇게들 이야기하지만
아이들 때문에 미루고 한 켠으로 치워두고 싶지 않아 고집스럽게 뭐라도 붙잡고 있고 싶었다.
올 봄엔 사진 모임 덕분에 공부도 하고 사진도 열심히 찍어서 좋았지만 모임을 진행하는 것에는 어려움이 많았다.
8월에 더위를 핑계삼아 방학을 하기로 했는데 8월 지나 9월도 다 가고 있는데 어쩐지 의욕이 잘 생기지 않는다.
솔직이 요즘 사진 찍는 것도 좀 귀찮고 모임을 하고 사람들을 만나는 것도 썩 내키지 않고
봄부터 초여름까지 올림픽공원, 어린이 대공원으로 열심히 나다니던 것도 시들해졌다.
사진을 안 찍으니 컴터에 다운 받을 일이 없으니 컴터를 잘 안켜게 되고 그러다보니 블로그도 시들, 친구들 소식도 감감...
데스크탑도 내 상태를 반영하는지 켜졌다, 안 켜졌다,지 맘대로다.
일주일에 한 번하는 스페인어 수업도 3주째 미루고 있고...
전반적으로 의욕상실 상태, 전투력 제로.
당분간은 그냥 나 자신을 놓지 않겠다는 강박으로부터, 나 자신을 지키려는 노력으로부터 나를 좀 놔 주고 싶다.


날씨가 더워지면서 다시 시작된 해람이의 아토피, 가을이 되면 좋아지려니 생각하고 있었는데 (아루도 아토피가 약간 있는데 보통 6월에 나타났다가 늦가을이 되면 사라지곤 한다) 요즘 오히려 심해지고 있다.
일시적으로 심해진 거겠지하며 마음을 누그러뜨리려 노력하지만 긁어서 상처투성이가 된 것을 보면 마음이 무척 아프다.
며칠 전에는 새벽에 기저귀를 갈다가 잠결에 사타구니를 심하게 긁어서 피가 난 것을 보고 혹시 합성세제 때문인가 싶어서 새벽 세 시에 기저귀를 몽땅 다시 삶기도 했다. 천 기저귀를 쓰는데 생협 가루비누가 잘 풀리지 않아서 요즘엔 무형광, 무표백 합성 세제를 쓰고 있었다.
해람이 기저귀와 내복만큼은 생협 비누로 손 빨래하고 맹물에 삶아 햇빛에 말려보기로 했다.
그러나 이런 다짐과 노력에도 불구하고 해람이의 피부는 썩 좋지 않다. 지난 주말에는 온 몸에 발진이 심하게 나서 밤새 긁느라고 잠을 잘 수가 없었다. 사실 나는 스테로이드는 절대로 안돼,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무슨 일이든 절대로 안된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주 위험한 발상이다.) 기본적으로 아토피의 약물 치료에 대해서는 회의적이지만 너무 심하게 긁고 힘들어 하면 락티케어 1%를 조금씩 발라주고 있었다.
그런데 한 두 군데도 아니고 온 몸에 발진이 생기니까 약을 바를 엄두가 나지 않았다.
천 기저귀를 쓰고, 먹거리에도 신경을 많이 쓰는데 왜 이럴까, 도대체 어떻게 해줘야 하는 걸까...
안타까운 마음에 종합병원 예약을 하고 의사, 약사, 한의사 친구들이 추천해주는 대체요법을 닥치는대로 찾아보기 시작했다.
3.4kg으로 태어나서 백일까지는 우람한 체격이었던 해람이가 성장곡선의 10프로 아래로 떨어진 것도 마음에 걸렸다. 예민한데다 아토피까지 있어서 잠을 잘 못 자서일까, 먹는 양이 부족해서일까, 열 달 동안 몸무게가 조금도 늘지 않았다. 해람이가 또래의 아이들보다 키와 몸집이 작다는 것을 알고는 있었지만, 아루도 두돌까지는 먹는 것이 시원치 않았지만 자연스럽게 골고루 잘 먹게 된 것처럼 해람이도 때가 되면 잘 먹고 잘 자라게 될거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걱정은 함께 찾아온다고, 아토피에 신경을 쓰면서 해람이의 몸무게도 걱정이 들기 시작했다.
아기들에게 먹일만한 보양식을 찾아보고 고기를 더 먹여야하나 고민, 쫓아다니면서라도 한 숟가락이라도 더 먹여야하나하는 생각도 들었다.
감기도 심해서 아침에 소아과를 갔더니 약을 한 보따리나 처방해 주었다. 기침 시럽, 콧물 시럽, 항생제, 가루약에 기관지 확장 패치까지 마침 연휴라서 4일분을 지었더니 정말 가방이 꽉 찰 지경이었다.
그래도 약을 적게쓰고 항생제 처방도 잘 해주지 않는 선생님인데 기침이 심하다고, 폐렴이나 기관지염으로 갈 수 있다고 살짝 겁을 주었다.
사실 해람이가 열이 나기 시작한 것은 지난주 목요일부터였다. 39도, 금요일에 38도, 토요일에는 열이 다 내렸었는데 아토피와 기침으로 잠을 못자더니 일요일부터 상태가 다시 나빠지기 시작해서 소아과를 갔던 것이다. 월요일 새벽엔 나도 기진맥진 죽을 지경이었고 눈뜨자마자 소아과를 달려가리라, 병원을 가서 약이라도 먹여 잠을 좀 재우고 싶었다.
그런데, 약국에서 약을 한아름 안고 나오면서 정신이 번쩍 깨는 느낌이 들었다. 왠지 이 약을 먹이지 않아도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난달에도 감기가 심해서 똑같은 약을 일주일이나 먹였는데 처음에는 반짝 효과가 있는 것 같더니 결국 일주일 넘게 약을 먹여도 싹 낫지를 않았었다.
목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열이 오르락 내리락 거기에 아토피 발진까지 이미 힘든 과정을 겪을만큼 겪었는데 조금 더 견뎌보자. 힘들어하면 안아주고 젖을 주고 쉴 수 있게 해주고... 나도 모르게 불끈 용기가 생기고 해람이가 스스로 잘 이겨낼거라는 확신이 들었다.
내 마음이 전해진걸까, 늦은 아침을 먹고 슬링에 안아 청소를 하는 중에 해람이가 스르르 잠이 들었다. 기침 때문에 몇 번 깼지만 다시 안아 재웠더니 그래도 세 시간이나 잤다. 오후에는 열도 내리고 잘 웃고 잘 놀았다.
마음을 잡는 것이 쉽지 않을 때가 있다.
아이가 아프고 괴로워하면 뭐라도 해주고 싶은 마음이 든다.
얼마전 버스 폭발 사고로 병원에 입원한 피해자 모습을 뉴스에서 본 적이 있는데 피해자의 어머니가 '어떡하니? 엄마가 대신해주면 좋겠어. 할 수만 있다면 엄마가 대신 아파주고 싶어.'라고 말하는 것을 보며 펑펑 울었었다.
딸의 아픔을 대신해주고 싶다는 그 마음... 부모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으리라.
하지만, 대신해주지 못한다면 어차피 이겨내고 견뎌내야 하는 것이라면 이겨낼 수 있게 확신을 갖고 용기를 북돋워주고 지켜봐주는 것이 부모의 역할이 아닐까.
길게보면 점점 좋아질 것이라는 것을 믿고 해람이 스스로가 자기 몸의 균형을 바로 잡아가는 과정에 있다고 생각하자. 치료약이나 대체요법 등에 의존하지 말자고 다짐.
역시나 한 숟가락이라도 더 먹이려고 아이와 씨름하는 것은 좋은 방법이 아니다. 길게보면, 나중에 언젠가는 지금 먹지 않는 그 음식을 좋아하게 될 수도 있는데 먹으라고 강요하면 그럴 기회를 빼앗게 되는 것이리라.

가렵고 아프고 힘들지만, 해람아, 같이 견뎌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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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은진 | 2010/09/24 21:56 | PERMALINK | EDIT/DEL | REPLY

    그냥, 글을 읽고 있자니 좀 찡하네요. 오래되지 않은 옛생각도 나고..
    기운 내세요.
    추워지기 전에 한번 놀러 오실래요? 아이들이랑 같이 산책해요. ^__^

    • beany | 2010/09/28 03:39 | PERMALINK | EDIT/DEL

      요새 바쁘지 않으세요? 한 번 갈게요. 가고 싶어요. 이젠 해람이도 카시트를 좀 타거든요~

  • 홍수영 | 2010/09/27 11:13 | PERMALINK | EDIT/DEL | REPLY

    마음을 비우고.. 때를 기다리면 저절로 안정되어 제자리를 찾아가리라 믿습니다. 규리도 아토피 때문에 내내 마음 졸이게 하더니.. 초등학교 들어간 후로는 무탈하게 지내네요. 물론 지금도 피부는 애들처럼 야들야들 보드랍지 않고 군데군데 거친 부분이 남아 있습니다. 그래도 이게 어딘가 늘 감사하고 지낸답니다. 지금 잘 하고 계시니 조금 느긋하게 여유 있게 한 걸음만 물러서보시는 것도 괜찮을 듯해요.
    참 무창이도 5일열 때문에 고생 좀 했습니다. 보험약으로 해열제를 이틀 정도 먹였는데도 가라앉지 않아서 초초해진 무창이 아빠가 소아과에 데려갔는데 5일열이 유행이라는 말을 들고서는 안심, 조금 느긋하게 기다렸더니 타이레놀 먹이지 않고서도 거뜬히 열이 내리고 나았습니다.
    끝이 보일 때는 인내심을 발휘할 수 있는데, 끝이 보이지 않을 때는 나도 모르게 초조해지곤 하지요. 해람이 아토피도 아마 유치원, 초등학교 들어갈 무렵이면 잠잠해질 겁니다. 아토피라는 현상을 아직 미숙한 면역계가 성숙해가는 과정으로 보는 견해도 있으니까요. (그래서 성인형 아토피가 더 치료가 어렵고 힘들고 까다롭습니다.) 시간이 약일 때가 있습니다. 기운 내세요! 비니님처럼 아이들에게 지극정성인 엄마도 요즘엔 보기 힘들답니다. ^^

    • beany | 2010/09/28 03:41 | PERMALINK | EDIT/DEL

      규리도 아토피가 있었군요. 지금 봐선 전혀 모르겠던데... 우리 해람이도 크면 그렇게 자연히 좋아지겠죠. 기운낼게요,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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