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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람군 :: 2010/04/01 03:34

해람이가 아팠다.
색색거리며 숨을 가쁘게 쉬었다. 모세 기관지염이란다.
오전에 소아과를 다녀와서 약을 먹였는데도 낫지 않아 밤에 응급실에 갔더니 상태가 좋지 않으니 입원을 하라고 했다.
우선 피검사를 하고 수액을 꽂아야 한다고 아이를 눕혀 놓고 주사 바늘 꽂을 혈관을 찾기 시작했다.
오른 손, 왼 손, 다시 오른 손...고무줄로 손을 묶고 손등을 두드리는데 혈관이 잘 보이지 않는단다.
아이는 사색이 되어 울고 간호사는 내게 아이가 움직이지 않게 팔을 꽉 잡고 있으라고 지시했다.
왜요?
왜 지금 수액을 맞아야 하죠?
왜 당장 피검사를 해야 하나요?
모세 기관지염이라면서, 아이는 숨쉬기 힘들어해서 응급실에 왔는데 일단 숨쉬기 편한 상태를 만들어줘야 할 것 아닌가...
해람이 울음 소리에 나까지 숨이 넘어갈 것만 같았다.
원래 입원을 하려면 수액을 꽂아야 해요.
왜요? 애가 탈수된 것도 아니고 급하게 영양보충을 해주어야 할 필요가 있는 것도 아니잖아요.
정신을 가다듬고 또박또박 따져 물었더니
수액 안 맞을 건가요? 그럼 입원이 안돼요.
간호사가 뾰루퉁한 얼굴로 총총 사라졌다.
의사가 왔다.
수액을 맞으면 영양공급도 되지만 항생제 등 약을 주입하기도 좋고 원칙적으로 수액을 꽂지 않으면 입원이 안된단다.
잠깐 사이 여러가지 생각이 머릿속을 스쳐갔다.
저녁내내 숨 가쁘게 색색거리며 안겨있기만 하던 해람이 모습을 생각하면 덜컥 겁이 나기도 했지만
주사바늘 꽂고 자지러지게 우는 모습을 상상하니 차라리 입원을 하지 않는게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소 무모한 생각일지라도 불편한 병원 치료보다 편안한 엄마 품에서 안정을 취하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응급실 달려올 때만해도 나 역시 지쳐 쓰러질 듯 힘이 들었고 도저히 집에서 버텨볼 엄두가 나지 않았는데
어디선가 불끈불끈 의지와 믿음이 생겨났다.
의사도 내 말에 어느 정도 공감을 해 주는 것 같아 마음이 놓였다.
네뷸라이저 두 번 하고 엉덩이에 주사를 맞히고 집에 갔다가 다음 날 아침 일찍 오라고 외래 예약을 해주었다.
다행히 해람이는 집에 와서 안정을 찾고 바로 잠이 들었다.
호흡도 길어지고 색색거림도 많이 잦아 들었다.
이렇게 아이를 두고 무언가 결정해야 할 때, 참 고민스럽다.
내 결정이 아이에게 잘못된 결과를 가져다 주지 않을까 조심스럽고 걱정이 되기도 한다.
그냥 집에 데려왔다가 밤새 상황이 더 나빠졌으면 어땠을까...
하지만 그렇다고 내 결정이 잘못되었다는 후회는 하지 않을 것 같다.
왜냐하면 신이 아닌 이상 내 결정이 무조건 옳다고 확신하지 못하지만 스스로에게 최선을 다한 선택이었다고 말할 수는 있기 때문에...



해람이는 아프면 눈이 더 커져서 왠지 다른애처럼 보이기도 한다.
아프다고 집에만 있으려니 다들 갑갑해서 옥상에서 잠깐 바람을 쏘였다.
아파트에 살다가 빌라에 이사를 오니 불편한 점도 있지만 나름 좋은 점들도 있다.
맘에 드는 것 중에 하나가 바로 옥상이 있다는 것
햇볕 좋을 때 이불을 널기도 좋고 아이들과 잠깐 바람 쏘이기도 좋다.
나는 스티로폼으로 텃밭을 가꾸어 볼까 생각 중이고
좌린은 고기를 구워 먹겠노라고 벼르고 계신다.

해람이를 보면 가끔 짠~해지곤 한다.
아루 하나 키울 때는 집안일이고 뭐고 다 제쳐두고 아루하고 눈 맞추고 이야기하는 것이 최우선 순위였는데
'해람아, 잠깐만!'
'해람아, 기다려 줄래?'
해람이는 우선 순위에서 종종 밀리게 된다.
그래서 엄마들이 큰애에게 절대 안되는 것도 둘째에게는 마음이 흔들리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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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jinha | 2010/04/01 22:22 | PERMALINK | EDIT/DEL | REPLY

    휴~우,,,, 해람이가 쌔근쌔근 잠들어서 너무 다행이예요~엄마의 고단함이 밀려와서 언니도 안쓰럽지만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텐데..언니 힘내요~~ 햇살 좋은날 돗자리 깔고 옥상에서 키운 야채에 고기 구워 먹어요~~ 고기는 제가 들고 가지요~~~

    • beany | 2010/04/02 00:51 | PERMALINK | EDIT/DEL

      근데 흙은 어디서 구해야할까... 고기를 들고 오신다니 빨리 텃밭 계획을 가동시켜야 겠는걸.

  • 이은진 | 2010/04/01 22:30 | PERMALINK | EDIT/DEL | REPLY

    언니, 맘고생 심했겠네요. 애가 아프면 무서워요. 애가 아파 우는게 무섭고 내 가슴이 저려 오는게 무섭더라고요.^^;
    저도 우리 병헌이 열이 41도를 넘어 폐렴으로 넘어갈때도 입원 안 시켰어요.
    병원이라는 곳이 입원하면 더 아파지더라고요. 더 힘도 없어지고.. 좋아하는거 옆에 놔두고 맛있는거 먹여가며
    집에서 보살피는게 더 낫다는 생각이 들어서였겠죠. 고생 하셨어요. 엄마가 힘내야죠!! 아자 아자 화이팅!!

    • beany | 2010/04/02 00:52 | PERMALINK | EDIT/DEL

      진짜 멀쩡하던 사람도 병원에 가면 환자가 되는 것 같아요. 휴우~ 웬만해선 응급실은 가지 말아야지, 응급실에서 세 시간 정말 끔찍했어요.

  • 현주 | 2010/04/05 02:45 | PERMALINK | EDIT/DEL | REPLY

    정말 마음 졸였겠다야.
    나라면 어땠을까 싶다. 아파서 껄떡껄떡 넘어가는 애 옆에서 내가 더 당황하고 불안해할 것 같아.
    넌 해람이와 아루에게 너무 든든한 엄마인걸~ ;)
    여튼 네가 사는 모습이 나에게 힘이 된다.^^
    그리고 참 행복해보여~

    • beany | 2010/04/07 04:17 | PERMALINK | EDIT/DEL

      나야말로 소심 A형이잖아-_-;;;
      우리가 서른 살 지나서 만나게 되었는데 공통 분모가 많다는 사실이 참 신기하다. 나야말로 네가 있어 든든하지~
      무쇠 팬을 얼른 질러야하는데-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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