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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일 그 후... :: 2009/02/20 15:11해람이가 백일이 지나더니
몇 일만에 뒤집기를 마스터하고 낮잠도 바닥에 등 붙이고 한 두시간을 자게 되어 백일이 그냥 백일이 아니라고, 백일되면 다 좋아지니 걱정 말라는 말이 괜한 소리가 아니었다고 이제 나도 숨 좀 돌리나 싶었던 것도 잠시... 지난 일요일 아루를 시작으로 온 식구가 감기를 앓았다. 아루는 미열이 있었는데 꿀물 한 잔 마시고 낮잠 좀 자고나니 금새 좋아졌는데 그러고나서 밤부터 해람이가 열이 나기 시작했다. 다행히 고열이 아니라서 병원에는 가지 않았지만 코가 막히고 목이 부어서 낮이고 밤이고 잠을 못 자고 많이 보챘다. 아기를 하루 종일 안고 돌보는 거야 어차피 매일 하는 일이지만 아파하고 힘들어하는 것을 보면서 마음쓰고 더 나빠지지는 않을까 긴장하다보니 정신적 피로까지 더해져 나 역시 쓰러지기 직전이었다. 월요일 밤에는 해람이 감기 증상이 피크였는데 아루도 낮에 스트레스가 심했는지 자면서 큰 소리로 우는 바람에 좌린과 둘이 아이 하나씩 안고 밤늦도록 잠을 못 잤다. 새벽에 눈 좀 붙이고 아침 일찍 깨서 소파에 잠깐 누웠는데 바닥에 좌린이 레고로 조립해 놓은 무언가가 눈에 들어왔다. 의자처럼 생겼는데 가운데 구멍이 있고 그 밑에 레고 튜브와 소꿉 놀이 밥 그릇으로 받이를 만들어 놓은 것이 가만보니 아기변기닷! 일요일 낮에 레고로 의자를 만들어 아가 인형을 앉히고 아기 변기라고 하고 놀더니 다시 제대로 만들어 놓은 모양이다. 오줌 받이도 그럴듯하지만 기저귀 밴드를 돌돌말아 넣은 휴지걸이에 누르면 소리가 나는 소방차 사이렌을 물 내리는 손잡이처럼 달아 놓은 것도... 아이고 귀여워라~ 피식,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났다. 그 다음, 동생 얻으면서 속상한 일도 많을텐데 잘 해내고 있는 아루님 생각에, 그런 아루를 지지하고 북돋워주려는 아빠의 마음이 느껴져 잠시 감동~ 그리고, 비록 기저귀 널어 달라는 부탁은 까먹었지만, 지치고 힘든 상황에서 이런 위트를 발휘할 수 있다니, 역시 좌린~!이구나. 힘들지만 지치지말자, 상황에 찌들지 말자 마룻 바닥에 덩그러이 놓여 있는 레고로 만든 아기 변기가 내게 이런 말을 건네는 것 같았다. 엊그제 저녁엔 해람이 안아 재우느라고 아루 먼저 저녁을 차려 주었더니 혼자 청국장에 밥을 비벼 먹다가 나를 보고 "엄마야, 오이 무침이 맛있는데 한 번 먹어 볼래?" 하며 입 속에 오이를 넣어 준다. 언젠가 선배 언니가 내게 힘든 건 힘든거야, 그걸 인정하라고 이야기한 적이 있다. 물론 힘든 상황을 그렇지 않다고 부인하면서 무리를 하는 것도 좋지 않겠지만 모든 일과 모든 상황에는 여러가지 요소들이 있는데 그 중에서 굳이 힘들고 어려운 것만 생각해내는 것도 그닥 좋은 일은 아닌 것 같다. 힘들때 즐겁고 유쾌하게 기분을 반전시킬 수 있는 요소들은 얼마든지 있으니... 좌린과 같이 산 지 벌써 8년 요즘들어 우리가 진짜 가족이 되었다는 생각이 든다. ![]() 지난주 목요일 (2월 12일) 처음으로 뒤집기 성공한 해람군! 바닥에 누워 지내는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하여 뒤집기를 언제나 하려나 했더니 뒤집기 시도 시작 사흘만에 휘~익 뒤집어 버렸다. Trackback Address :: http://www.beanytime.com/tt/trackback/2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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