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점 다가오는 앙코르왓
0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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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를 타지 못하는 진향이와 자전거를 탈 줄 아는 진향이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란 말이지.
나는 요즘도 내가 자전거를 타는 것이 너무 신기하고 아주 기쁘다. 나 안 탈래, 나 안 할거란 말야. 마라도에서, 겁이 나서 도저히 못 타겠다고 질질 짜던 그 날, 좌린이 내게 해 준 그 말, 비밀을 말하듯 소곤 거리며 해 준 말…
하여간 나의 변덕에도 굴하지 않고 이런 저런 말들로 나를 잘도 꼬여내서 결국 나는 자전거를 탈 수 있게 되었다. 어려서 뭣 모를 때 배웠다면 이렇게 뿌듯하고 자랑스럽지 않을텐데, 나는 정말 자전거를 타고 달릴 때 자전거를 타지 못했던 나와는 전혀 다른 내가 된 것 같은 착각에 빠지곤 한다.
씨엠립에서 앙코르 왓까지 7km, 아침부터 자전거를 타고 시내를 돌았더니 조금 힘들었지만 조금이라도 빨리 앙코르 왓을 보고 싶었다. 매표소에서 다섯 시가 되기를 기다려 3일 입장권을 끊고 프놈바껭에서 일몰을 보겠다고 열심히 달렸다.
땀이 줄줄 흐르고 다리에 힘이 빠지기 시작할 때 울창한 나무들, 뿌연 수증기 속에서 검은색 돌로 만든 건물이 조용히 나타났다. 앙코르 왓이다! 몸이 힘든 만큼, 땀이 흐른 만큼, 조금씩 조금씩 가까워지는 그 느낌은 정말 감동적이었다. 해자를 따라 서문에 다다라서야 그 규모를 가늠할 수 있었다. 지도에 앙코르 톰 밑에 작은 사각형으로 앙코르 왓이라고 적혀 있는 것을 보고 앙코르 왓을 잠깐 갔다가 프놈바껭에서 일몰을 보자고 했었는데 앙코르 왓 서문에서 중앙까지 가지도 못하고 해는 이미 지기 시작했다. 오늘은 여기까지! 아쉽지만 돌아갈 길을 생각해서 발길을 돌렸다. 벅차 오르는 감동과 겨우 맛만 보고 돌아서는 아쉬움 때문에 자꾸 뒤를 돌아 보았다.
야, 이걸 제대로 사진으로 표현하는 것은 불가능하겠는 걸.
거봐, 내가 꼭 와서 봐야 한다고 했지?
하아린은 의기양양.
회색의 아스팔트와 시멘트 건물 대신 울창한 나무들, 모든 길이 초록빛 터널처럼 나무로 드리워져 있다. 이 곳의 자연이 참 좋다. 와, 멋지다. 편안함과 상쾌함을 느끼게 해 주지만 조금 자세히 보면 위협적이기도 하다. 포장 길 뒤로 몇 발자국만 들어가면 완전 밀림, 제초제를 뿌리고 조금씩 영역을 넓혀 나가는 인간과 조금이라도 관리가 소흘하면 쑥쑥 자라 나올 태세의 자연 사이에 팽팽한 긴장감이 느껴진다.
가난한 나라, 조상들의 유적, 유물로 먹고 사는 나라, 페루, 이집트, 인도를 떠올리며 외국 여행자들에게 돈푼 얻어 내려고 혈안이 되어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사람들도 너무 착하고 순진하다. 뻔한 거짓말로 속이지 않고 친절하고 잘 웃는다. 인도 여행의 한 가지 깨달음, 화를 내는 것은 두렵기 때문이고 두려운 것은 잘 모르기 때문이다. 어젯밤 늦게 노점 식당에서 국수를 시켜 먹었는데 우리는 달러와 현지화폐의 환율 조차 모르고, 현지 물가도 모르고, 그가 우리를 속이는 지 아닌 지도 몰랐다. 달라는 대로 돈을 주고 낡은 현지 화폐 몇 장을 받아 들면서 살짝 긴장 되었다. 큰 돈이 아니었고 알고보니 그들은 우리를 속이지 않았다. 현지인이 아니기 때문에 물정을 모를 수 밖에 없다는 것, 모른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그로 인한 두려움에 의연해 지는 것, 그래야 쉽게 발끈하지 않고 참을성 있게 사람들에게 다가설 수 있다.
우리 숙소의 외국인은 거의 한국 사람이다. 우리보다 하루 먼저 투어를 시작한 중년의 아저씨들은 세 분이서 캄보디아 국경에서 만나 같이 오셨다는 데 아주 유쾌해 보인다. 점심에는 주방장에게 팔뚝만한 메기 구이를 주문해 드시는 데 옆에서 침이 꼴깍~ -_-;;; 좌린과 나, 미라씨, 우리 셋은 함께 택시를 렌트할 사람을 하루 종일 찾아 다니다가 거의 포기하고 있었는데 저녁에 네 명의 한국인이 또 들어왔다. 우리까지 모두 여섯 명, 봉고차를 빌려서 3일 간 함께 다니기로. 금나라 은나라 부부는 얼마전에 내 홈페이지에 ‘저희도 세계 여행 가요~’라고 글을 올린 분들인데 여기서, 딱 마주쳤다. 어찌나 놀랍던지. 역시 세상은 넓고도 좁은 법. 착하게 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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