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체, 개들은 나를 왜 그렇게 좋아하는 지 알 수가 없다. 아무리 밀어내도 꼭 내 옆에만 앉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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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3-05
일곱시 십오분 도착, 타이 항공 창구 찾는데 오분, 티켓팅, 우리 은행, 태국 바트화 우리 은행 환율이 제일 좋다니까, 우리 은행을 찾아 환전, 출국 신고서… 일곱시 이십분 도착, 타이 항공, 티켓팅, 우리 은행, 환전, 출국 신고… 일곱시 이십 오분 도착, 타이 항공, 티켓팅, 환전, 출국 신고… 일곱시 삼십분 도착, 타이 항공, 국제선은 출발 몇 분전까지 티케팅을 해줄까, 환전, 혹시 토요일이라고 은행이 문을 닫진 않았겠지? 토요일 저녁 꽉 막힌 도심, 공항 버스 안에서 도착 시간을 가늠하며 초조한 마음이 되었다. 저녁 9시 비행기, 여유있게 집에서 나왔건만 토요일 오후의 교통 정체를 예상치 못했던 것. 암사동에서 천호동까지 길이 막히더니 15분 간격으로 다닌다는 공항 버스는 삼십분이 다 되어 나타났다. 넉넉히 두시간 전에 도착해서 환전하고 면세점 구경이나 해볼까 하던 기대는 깨졌고 가다 서기를 반복하는 차들의 빨간 브레이크등을 바라보며 시계 바늘과 씨름을 했다.
버스는 정확히 일곱시 이십 일 분에 도착했다.
잠깐, 나, 똥!
빠른 걸음으로 타이 항공 수속대 앞에 다다랐을 때 좌린이 별안간 배를 움켜쥐고 화장실로 달려갔다. 왜 항상 이렇게 다급할 때 화장실을 가야 하냐고, 버스안에서 길이 막히는 지도 모르고 내 속이 타는 줄도 모르고 태평하게 잠을 잔 것까지, 슬쩍 약이 오른다. 평소에도 그렇다. 약속 시간 맞추기 빠듯한데 막 나가려고 신발을 신으면, ‘나, 변소!’ 하고 달려 들어간다.
너는 이 급한 상황에 화장실 생각이 나냐?
다급하니까 더 그렇지…
하여간 무사히 티켓팅을 했고 환전을 했고 출국 수속도 마쳤다.
너는 길이 얼마나 막혔는 지도 몰랐지? 어쩜 그렇게 세상 모르고 자냐?
나는 혼자 속 태우고 걱정한 것이 조금 분한데 역시나 좌린의 대답은 그저 태연하다.
그래도 안 늦었잖아. 비행기 타려면 아직 한 시간이나 남았네.
원래 계획은 두시간 십분 전에 도착하는 거였단 말야. 그리고, 공항이 한산해서 일이 빨랐지, 또 무슨 일이 생겼을 지도 모르잖아.
우리가 여행하면서 계획대로 착착 맞아 떨어진 적이 있었냐? 그리고 비행기를 놓치면 놓치고 나서 그 다음 방법을 고민하면 되지, 왜 일어나지도 않은 일을 앞서 걱정하고 그래?
#$%^^&*^$#@!
하여간 성격 느긋한 사람이랑 같이 살면 혼자 동동거리고 안달하는 것이 나만 손해다.
어머, 비니님 아니세요?
누, 누구시죠?
드라마틱하게도 출국장 바로 앞에서 우리를 알아보는 사람을 만났다. 알고보니 작년에 희망시장에서 뵌 적이 있는 ‘단’님. 나도 내가 왜 그랬는 지 모르겠는데 파장 무렵 나타난 단님이 반가워서 다짜고짜 ‘저희랑 맥주 한 잔 하실래요?’ 했었다.
어디 가세요?
방콕이요.
어머, 저희도 방콕 가는데, 타이 항공인가요?
네, 아홉시 비행기요.
저희, 맥주 한 잔 해야죠.
그럼요.
새벽 한시 방콕 도착, 북부 터미널에서 세시 삼십 분 버스를 타고 국경 가서 캄보디아 비자를 받아 오후에 씨엠립에 들어가려던 것이 원래의 계획이었는데, 단을 따라 카오산에 가고 싶어졌다.
하아린, 우리 그냥 방콕에서 이틀 자고 가자.
그래, 가서 쌀국수 한그릇 먹어 줘야지.
새벽에 방을 구하기 어려워 소파베드 딸린 더블 룸에 같이 짐을 풀고 밤 거리에서 맥주를 마셨다. 여행을 하고 사진을 팔고 그렇게 길에서 만난 인연이 반가웠고, 즐거웠다.
우리가 여행하면서 계획대로 착착 맞아 떨어진 적 있었냐?
계획을 세워도 계획대로 안되고,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지고, 때로는 아무 생각없이 어슬렁거려도 보이는 것이 있는 법, 꼭 이대로, 처음 계획한 대로 되어야만 한다는 생각은 부질없다. 그래도 결말은 해피엔딩이라니깐, 이런 믿음으로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가면 되는 것, 그것이 여행의 가르침이라는 것을 잠시 잊고 있었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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