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전, 잠자리에 들기 전에 아루가 떼를 쓰다가 안방에서 쫓겨났다.
불끄고 누웠는데 밖에서 아루 울음 소리가 들리니까 해람이가 '잉~'하고 따라 우는 시늉을 한다.
'누나가 밖에서 울고 있지? 해람이가 누나 데리고 들어올래?'
(방문을 가리키며)'어어~'
'그래, 누나한테 그만 울고 들어가서 코 자자 해.'
만 18개월 해람군, 아직 말은 못하지만 귀는 트여 웬만한 말은 다 알아 듣는다.
어둠 속을 기어서 엄마를 넘고 아빠를 넘어 방문에 다다랐다.
까치발을 들어 간신히, 간신히 문고리에 손이 닿는다.
스스로 문 열기, 요즘 해람이의 최대 과제다.
문고리에 손이 닿을락 말락~
성공율이 반반 정도 되는데 까치발을 들고 있는 힘껏 손을 뻗어 문고리를 잡으려는 모습을 보고 있으려면 얼마나 예쁘고 귀여운지 웃음이 절로 난다.
좌린이랑 둘이 어둠 속에서 키득키득~
가까스로 문을 연 해람이가 문 앞에서 잠시 주저하길래
'해람아, 나가서 누나 데리고 와. 그만 울고 코 자자 해' 한 번 더 크게 말해주었다.
(아루도 들으라고 일부러 큰 소리로!)
눈빛을 반짝이며 사라지더니 잠시후 아루 울음 소리가 그치고 아루랑 해람이가 손을 잡고 같이 들어왔다.
'엄마, 해람이가 아루한테 왔어.'
'엄마가 해람이한테 누나 데리고 오라고 했더니 해람이가 글쎄 그 말을 다 알아듣고 엄마 아빠를 넘어서 문도 혼자 열고 나갔지 뭐야.'
해람이가 어떻게 누나를 데리러 갔는지 그 과정이 얼마나 험난한 것이었는지 이야기 해주었더니 아루는 떼쓰고 울던 것도 다 잊고 깔깔 웃으며 좋아라 했다.
다음날 아침에는 아루가 '으앙~' 해람이 깨서 우는 소리를 듣자마자 안방으로 달려갔다.
'해람아, 나가자. 누나 손 잡고 엄마한테 가자.'
라고 말하는 소리가 들리더니 해람이가 울음을 뚝 그치고 아루 손을 잡고 거실로 나왔다.
언제 시들해질 지 모르지만 그 후로 지금까지 해람이가 울면 아루가 잽싸게 달려가 해람이를 달래주고 엄마에게 데려다 주는 역할을 하고 계신다.






날씨가 좋으니 밖으로 놀러 다니느라 바쁘다.
되도록이면 아이들이 먼저 놀이를 멈추기 전에 그만 가자는 말을 하지 않으려고, 실컷 놀고 싶은 만큼 놀게 하자고 생각하곤 한다.
한낮의 햇빛이 꽤 뜨겁긴 하지만 이렇게 몸을 다 담가도 되는 거니, 이러다 감기 들지도 모르는데...
흙놀이, 좋긴하지만 놀이터 모래가 그렇게 더럽고 아이들에게 해롭다는데...
나도 모르게 이런 걱정의 말이 튀어나오려는 걸 꾹 참고 아이들이 스스로 물에서 나올 때까지 기다렸다.
그래, 감기 걸리면 아프고 나으면 되는거지... 흙장난을 매일하는 것도 아니고 가끔인데...너희들 놀고 싶은 만큼 실컷 놀아봐라~
어른들이 미리 다 알아서 놀거리를 정해주고 너무 피곤하지 않을 정도의 시간을 정해주는 것보다 스스로 찾아보고 해보고 놀고 싶은 만큼 놀게 내버려두는 것이 더 좋지 않을까.
아이들은 무섭게 몰두하고 지쳐 쓰러질 때까지 놀기도 하지만 그러면서 스스로 느끼고 몸으로 배우면서 조금씩 균형감각도 얻게 될 것이다.
아루가 더 어릴 때는 조심성이 많고 탐색에 소극적이어서 '여기로 가보자', '이렇게 해보자' 내가 먼저 이야기할 때가 많았는데 요즘엔 두 아이 모두 엄마와 적당한 거리를 두고 자유로이 탐색하고 노는 시간이 많아졌다.
해람이는 스스로 걷기 시작하면서 자기 의지대로 탐험을 시작했고 사실 아루는 작년까지도 내 옆에서 떨어질 줄 몰랐는데 이제는 종종 너무 멀리 가버려서 주의를 주어야 할 정도가 되었다.
오늘은 어디에서 놀까? 올림픽 공원, 어린이 대공원, 아차산 생태공원...
아침에 일어나 날씨를 보고 나들이 갈 곳을 정하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햇빛 쬐고 걷고 뛰고 만지고 보는 것, 그 외에 정해진 것은 없다.
어린이 대공원에 갔다고 호랑이, 사자를 꼭 봐야하는 것도 아니고 그저 발길 닿는대로, 마음 가는대로...
다만 셋이 같이 다니니 서로의 의견에 귀 기울이고 손 잡아주고 기다려 주어야 한다.
일부러 마음먹고 지켜본 것도 아닌데 길가의 은행잎이 어떻게 나오고 어떻게 자라는 지 눈에 들어온다.
겨울을 지낸 나뭇가지에 새싹이 움트고 야들야들 새 잎이 나오더니 어느새 초록색 잎이 우거져 그늘을 만들고 있다.
책으로 보고 학교에서 배울 때 알 수 없었던 감흥을 느낀다.
아이들도 지금 이 시간을 물론 기억하지 못하겠지만 마음 속 어딘가에 담아두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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