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일 :: 2009/02/08 22:14



두 아이를 재워놓고 샤워를 하면서
해람이가 깨서 우는 소리를 못 들을까봐 귀를 쫑긋,
지난 번처럼 머리에 비누칠한 채로 뛰쳐나가게 될 지 몰라 바쁘게 비누칠을 하고 머리를 감는다.
귀는 소머즈 귀에, 팔은 네 개 정도 달린 몸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아니, 몸이 두 개, 세 개라면 얼마나 좋을까, 하나는 해람이 안아주고 하나는 아루랑 놀고, 또 하나는 집안 일 좀 하고...
밤에 완전히 녹초가 되어서 뻗어버릴 정도로 하루 종일 동동 거려도
아루랑 여유있게 놀지 못한 것이 아쉽고
아루 봐주다가 해람이 오래 울린 것도 마음에 걸린다.

좌린과 사귄지 3185일
아루가 태어난 지 1012일
그리고,
해람이가 태어난 지 100일 되었다.

해람이는 태어나서 한 달 동안은 눈 뜨고 있는 내내 울었고
백일이 되기 전까지 바닥에 누워 잠을 자지 않아서 하루종일 안고 있어야 했다.
영아산통인지 한번씩 울음이 터지면 안아도 젖을 주어도 달래지지 않고 30분, 1시간씩 울어댔다.
샤워는 커녕 세수조차 할 수 없는 날들도 많았고
도망치고 싶고 주저 앉아 울고 싶을 만큼 힘들기도 했지만
요렇게 예쁘고 사랑스러운 아이들이 내 곁에 있으니,
힘들고 어려운 것도, 기쁘고 행복한 것도 함께 나눌 수 있는 동지가 있으니
그리고, 무엇보다 나 스스로 선택한 것이니
불평하거나 투덜거리지 않고 기꺼이 하루하루 최선을 다해야지.



해람이라는 이름은
어려서는 맑은 사,
젊어서는 함 보는 사, 혹은  같은 사,
나이 들어서는 누군가와 함께(偕:함께 ) 경치를 관람(覽:볼)하는 사람이 되어라는 뜻으로 지었다.

얼굴 보면서 이야기해주고 웃어주는 것을 좋아하고,
몸을 만져주는 것을 좋아해서 칭얼거리다가도 마사지를 해주면 울음을 뚝 그치곤 한다.
얼굴이 아루랑 많이 닮아서 아루 아가때 사진을 해람이라고 해도 믿겠다고 농담을 하곤 했는데 (더 커봐야 알겠지만) 기질이나 성격은 아루랑 많이 다른 것 같다.
아루는 기저귀가 젖어도 그냥 잠을 자곤 했는데 해람이는 불편한 것을 더 적극적으로 표현하는 편이다.
이래저래 아루보다 훨씬 손이 많이 가서 혼이 났지만 그래도 또 다른 아이랑 만나게 되어서 기쁘고 아루와 해람이 서로 영향을 주고 받으며 함께 자랄 것을 생각하면 기분이 좋다.



아루: 아루는 아빠랑 자는 것이 좋아요~
나: (조금 볼멘소리로) 왜? 엄마랑 자는 건?
아루: 엄마는 해람이 젖을 줘야하니까 해람이랑 같이 자야 하잖아.
나: 그래, 그렇지.
아루: 해람이 더 커서 젖 안 먹고 밥만 먹으면 그때 아빠랑 해람이랑 자고 엄마랑 아루랑 같이 자자~

동생이 태어났을 때 갑자기 언니/누나, 형이 된 첫째 아이가 동생에게 못되게 굴면 속상하면서도 그 마음 헤아리면 마음 아프고, 너무 어른스럽게 행동해도 마음 짠하다고 조산원 원장님께서 말씀하셨는데
아루의 경우 종종 이렇게 너무 속 깊은 이야기를 해서 코 끝을 찡하게 한다.
엄마 마음을 헤아리고 동생에게 양보할 줄 아는 '어린이'(해람이가 태어난 이후로 아루가 가장 좋아하는 단어, 스스로를 어린이라고, '아가'인 해람이와 차별화한다-_-;;;)가 된 아루가 대견하고
아이가 자라는 모습을 보는 것이 정말 행복하다.
해람이도 아루처럼 자라면서 우리에게 얼마나 많은 기쁨을 줄까, 하는 생각에 가슴이 두근두근^^


두 아이와 지내는 틈틈이 스페인어 공부를 계속~
(초급 시험을 잘 못 봤다고 생각했는데 11월에 느닷없이 합격통지서가 날라왔다^^)
그리고 사진 번역 공부를 시작하는 것
2009년 새해 계획이다.
두 아이와 지내는 것만으로도 정신없고 힘들겠지만
계획 세우고 책이라도 끼고 있어야 나도 숨을 좀 쉴 수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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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Anita | 2009/02/12 00:42 | PERMALINK | EDIT/DEL | REPLY

    그 사이 백일이었네요. ^^ 오우, 아루는 정말 완전한 어린이에요.
    전에 집에 놀러갔을 때, 해람이가 많이 우는 것을 보고 언니가 참 힘들겠다 싶었는데 돌아와서 가만 생각해보니 언닌 또 다른 긍정적 힘을 발휘해서 여느 때처럼 잘 극복하실 거란 맘이 들었어요. 화이팅이에요! ^^
    바쁘지 않으시다면, 조만간 또 함께 해요-
    아루에게 안부 좀 전해주세요 ^^ 많이 보고싶다고.

  • kukury | 2009/02/12 13:27 | PERMALINK | EDIT/DEL | REPLY

    소식 기다렸던 독자 1인 여기있습니다 ^-^
    이름이 해람이군요. 아루처럼 그 뜻이 깊으니 너무나도 예쁘고 사랑이 느껴지는 이름이예요. 기질차이겠지만 첫째를 딸로 낳고 둘째를 아들로 낳으면 두배는 더 힘들게 느껴진다고 하더라구요. 저도 성별 골고루 키워보고 싶어 둘째는 아들이었음 싶은데 어떨지 모르겠어요(아직 언제가 될런진.. ㅎㅎ)
    그리고 해람인 아주 포동포동 살이 예쁘게 올랐어요. 진정한 아가의 모습이란 미쉐린 아니겠어요? 건강하게 잘 크고 있는 모습을 보니 무척 기뻐요. 그리고 아루어린이가 저렇게 예쁘게 성숙한 느낌이 난다는 것 또한 기특하구요... 바쁘고 힘든 일상이시겠지만 소식 자주 전해주세요. 반가워요 앙~~

  • weon | 2009/02/13 07:00 | PERMALINK | EDIT/DEL | REPLY

    언니 해람이 너무 귀여워요~ 으아아 저 볼을 톡톡 만져보고 싶당~~
    그나저나 아루 정말 많이 컸네요~ 아고 예뻐라~ ^^

  • hwang-ines | 2009/02/14 19:52 | PERMALINK | EDIT/DEL | REPLY


    안녕하세요? 기억나실른지....
    아르헨티나에 ines 입니다.
    아기들이 너무 이쁘네요.
    열심히 사는 모습 참 보기좋습니다.

  • lire | 2009/02/15 02:28 | PERMALINK | EDIT/DEL | REPLY

    해람이라는 이름도 아주 좋은 의미가 있었구나.
    그래도 아직은 첫정이 무서운 것인지
    아루만큼 입에 쫙쫙 와 닫지는 않는다.
    아루가 너무 순하고 어른스러운 어린이라서
    해람이가 너를 더 바쁘게 만드는 것처럼 생각될지도 모르겠다 싶어.
    바쁜 와중에 시험도 붙었다고 하니
    정말 놀랍고 축하한다.
    니가 어찌나 잘 먹였는지, 두 자녀가 통통하구나. 귀여워.
    나중에 함 놀러갈께.

  • | 2009/02/16 12:47 | PERMALINK | EDIT/DEL | REPLY

    벌써 100일이구나..
    3달이라는 시간이 사람마다 참 다르지..
    어제 본 "벤자민 버튼.."영화의 마지막 대사처럼
    누군가는 호숫가에 앉아있기위해 태어나고
    누군가는 7번 벼락을 맞고
    누군가는 어머니고
    또 누군가는 춤을추고..
    얼마나 자신의 시간안에서 자신답게 사느냐가 중요하겠지..
    네 시간은 정말 너 답게 만들어지고 있는 듯 보인다~
    몇개의 계획들도 해람이 아루와 함께 네안에서 쑥쑥 자라길..

  • 정직성 | 2009/02/16 20:11 | PERMALINK | EDIT/DEL | REPLY

    언니, 애들이 너무 이쁘군요. ^^ 매번 힘든 상황들도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즐겁게 열심히 살아가는 언니에게 감탄합니다(전 너무 징징거리고 투덜대며 쓸데없이 비관적인지라..어른스럽지 못하죠.. 쩝). 어쨌든, 언니 글에서 에너지를 많이 얻어요. 오늘도 좋은하루!

  • 니나 | 2009/02/16 22:52 | PERMALINK | EDIT/DEL | REPLY

    안녕하세요? 좌린과 비니의 사진가게를 대학 시절 즐겨 봤답니다. 우연히 인터넷에서 여행 블로그를 검색하다가 이 곳에 들르게 되어 또다른 비니님의 엄마로서의 모습이 담겨있는 글들과 사진을 잘 구경했답니다. 재미있는 글들을 읽다가, 더 읽고 싶은 마음에 목록을 열어 보았는데, 목록 수와 뜨는 글의 수가 다르네요. 혹시 나머지 글들도 읽을 수 있나 해서 예의가 아닌 줄 알지만 글을 남깁니다. ^^ 예쁜 아가들과 몸도 마음도 건강한 생활 하시길~ ^^

  • beany | 2009/02/22 00:37 | PERMALINK | EDIT/DEL | REPLY

    Anita/이사는 언제쯤, 어디로? 가까워지면 다시 스페인어 공부를 같이 해볼까요?
    kukury/소식 기다려주셨다니 고맙고 반갑고... 그사이 kukury님 아이도 많이 자랐겠지요? 괜찮으시면 한 번 놀러오세요~ (요즘은 웹질도 잘 못하고 직접 만나 수다떠는 것이 더 편해서 말이죠...)
    weon/잘 지내니? 보고 싶당. 올해는 언제쯤 들어올 계획인가?
    hwang-ines /잊지않고 찾아주시니 고맙습니다. 넵, 물론 기억하죠.
    lire/아루 이름도 처음보다 부를수록 좋았는데 해람이도 그럴거라고 생각해~ 근데 첨에는 하린, 해람 은근히 헷갈려서 하아린 집에 있으면 해람, 하린 둘다 부르곤 했다는-_-;;
    활/글은 못 남겨도 네 홈피에 종종 들러서 눈요기 실컷하곤 해. 너야말로 휘둘리지 않고 마음가는대로 성큼 나아가는 자유인 활! 이잖아~
    정직성/그 치열함과 넘치는 에너지를 오히려 좀 나눠줘야하는 거 아닌가?? 전시가 3월까지던데 다음주 주말쯤 괜찮으면(날씨와 아이들 상태 등) 인사동 나들이를 가볼까 하고 있어.
    니나/반갑습니다. 목록 수와 글의 수가 다른 것은 글을 쓰다가 다 못 쓰고 공개 설정을 하지 못한 것들이 있어서 그래요. 글을 쓰다어쩌다보니 마무리를 못하고 시간이 너무 지나버리는 경우들이 있어서요...
    재미있게 읽으셨다니 기분 좋네요 ^_______^

  • Jenna | 2009/03/12 12:17 | PERMALINK | EDIT/DEL | REPLY

    이제는 해람=언니

    웃는게 똑닮았다요 ^^

    언니 나는 무지하게 잘 지내고 있음돠 오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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