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 2008/07/30 04:06



여름 휴가
7박 8일 제주도로 여행을 다녀왔다.
발리 다녀온지 7개월만에 나름 긴 여행...
아루가 일곱 달 동안 부쩍 커 버린 느낌이다.
"아루야, 제주도가 좋아, 발리가 좋아?"
"제주도!"
어떤 기준인 건지, 발리를 다녀온 것이 기억이 나기는 하는 지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이제는 자기 의견과 생각을 말할 수 있게 된 것도 큰 차이.
협재에서 이틀, 금능에서 하루, 중문에서 하루, 해수욕장에서 꼬박 4일을 놀았는데 오전 11시부터 오후 6시까지, 뙤약볕에 지치지도 않는지, 안으면 금방 곯아 떨어질 때까지 "더 놀아!" "수영 할래!"를 외치곤 했다.
처음에는 파도를 두려워하더니 잔잔한 협재, 금능 바다에 적응, 마지막엔 중문에서 파도 타기를 신나게 즐겼다.
코에 물이 들어와도 이제는 "흥"하고 풀어낼 줄도 알게 되었다는!!!
2000년, 2002년, 2008년, 좌린과 함께 세 번째 제주 여행인데
세 번 다 여름, 해수욕장에서 주로 시간을 보내고 입장료 내는 곳은 거의 가지 않는다는 것, 비양도에서 하루 민박을 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그리고 항상 그렇지만, 서울로 돌아올 때는 여름 휴가가 너무 짧다는 생각이 든다는 것...

몇 주 전에 어떤 계기로 몇 년 동안 연락을 하지 않고 지낸 친구, 선후배 몇 명과 전화 통화를 하게 되었다.
본론을 말하기 전에 당연한 절차로 근황을 이야기 하게 되었는데 26개월 된 아이와 11월 초에 태어날 뱃 속 아이와 함께 집에 있다고 했더니 다들 깜짝 놀라면서 한결같이
남자들은
"남편이 잘 버나봐"
여자들은
"힘들지 않아? 어떻게 그렇게 살고 있니?"
라는 반응을 보였다.
힘들기는 하지만 회사 다닐 때보다 몸과 마음이 너무 편해서 좋다고 했더니
다들 의아해하면서 "그럼, 고생해..." 라고 말끝을 흐리며 전화를 끊었다.
사실 얼마전에 같은 회사에 근무했던 지금은 다른 회사로 옮긴 모 차장님으로부터 스카웃 제의를 받고 아주 잠깐 기분이 좋았고 일을 다시 해 볼까 하는 생각을 몇 초간 해 본 적도 있었지만
불행인지 다행인지 전에 하던 일에 대해 미련이 없다.
하고 싶으면 망설이지 말고 해 보면 되지, 라는 생각을 하게 된 것
살면서 이런 저런 어려움은 있겠지만 부딪쳐 이겨낼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긴 것
적게 벌고 적게 쓰는 행복을 알게 된 것
여행을 일 년동안 했다고 뭔가를 진지하게 고민하거나 생각을 정리했던 것은 아니지만 지구를 한 바퀴 돌아오고 그리고나서 홍대 앞에서 사진을 팔면서 지낸 근 2 년의 시간이 내 삶을 크게 바꾸어 놓은 것 같긴하다.
꼭 그렇게 단정 지을 순 없지만
여행을 하지 않았다면, 사진을 찍고 사진을 팔지 않았다면,
아니, 꼭 여행이 아니고 사진이 아니더라도 그 당시 내가 정말 하고 싶었던 것을 계속 마음 속에 묶어 두기만 했다면,
이건 아닌데, 이렇게 사는 것 말고 다른 뭐가 있을텐데, 라는 막연한 갈망 속에서 막연히 두려운 미래를 위해 그냥저냥 월급 봉투가 마약이지, 하면서 자신없이 살고 있지 않을까...
회사를 또 그만 두고 몇 년 동안 아이를 키우면서 뒤처지 않을까(대체 무엇에???!!!) 걱정하지 않고, 가난을 두려워하지 않기에 다 커서 물질적으로 무엇을 해주려 하기 보다 지금 당장 더 안아주고 사랑하고 싶어서 지금의 생활을 선택했고 만족한다.
남편이 아주 잘 버는 것은 아니지만 그냥 살 만하고
아이 키우는 것이 힘들 때도 있지만 기쁘고 행복할  때가 많아서 그리고 배우는 것도 많아서 그리 고생스러운 것만은 아니거든요...

우리랑 같이 여행하면서 아루는 어떤 생각을 할까?
낯선 곳에서 낯선 사람들 틈에서 재미있지만 고생스럽기도 한 여행 길, 아루 마음 속엔 무엇이 남았을 지 궁금하다.

---------------------------------------------------------------------------------------------------

스페인어 공부를 시작한 지 1년, 뭔가 성과를 남기고 싶은 욕심에, 둘째가 태어나면 당분간 아무 것도 못할 것 같다는 생각에 8월에 DELE 초급 시험을 보기로 마음 먹었다.
전형료가 무려 145000원이나 하는 데다가 이리 저리 소문도 많이 내 놓았으니 꼭 붙어야 할텐데...
(아루님 겨우 재우고 이렇게 책상 앞에 앉으면 딴 짓을 하게 된다는-_-;;;)
그동안 이보다 더 소흘할 순 없다, 싶을 정도로 블로그 관리를 안했지만, 앞으로 3주 동안 역시 그러할 것이니 그리 알아주시기 바람.
이번 여행에 대한 못다한 이야기는 시험 끝나고!!!
Trackback Address :: http://www.beanytime.com/tt/trackback/276
  • lire | 2008/07/31 01:18 | PERMALINK | EDIT/DEL | REPLY

    아루가 너무 멋지오.
    당당한 자태. ㅎㅎㅎ
    나도 9월초에 건축사 시험이 있어서 스트레스 엄청 받는 중이오.
    해마다 이짓도 못할 짓이라
    이제좀 끝내고 싶은데
    우리 추석지나고 신나게 함 놀아 봅시다.

  • Anita | 2008/07/31 02:16 | PERMALINK | EDIT/DEL | REPLY

    ^^ 아루의 손을 잡고 미끄럼틀 놀이 하던 것도 이제 제법 지나간 일이 되었네요.
    건강하시죠? 낮에 일을 하니까 놀러가고 싶어도 ㅠㅠ 시간이 나질 않아 속상하네요.
    벌써 휴가를 다녀오셨다니 부러워요. ^^
    하지만 정말로 근황에 대한 이야기, 아루 이야기 다 궁금하고 그래요. ^^
    저 꼭 방문할게요 히히. 그러니까 그 동안 꼭 잘 지내고 계셔야 해요! ^^

  • 벼루집 | 2008/07/31 08:38 | PERMALINK | EDIT/DEL | REPLY

    존경해!

    난 지금 교토에 있어. 아차차, 원래 반말하던 사이 아니었던것 같은데?
    여기온지 5일째인데 학회는 앉아 있기 고역이고 날이 더우니 탈출해봤자
    금새 헉헉거리게 되요.
    오늘 연우랑 ZL이 오기로 되어있는데 핑계대고 공항까지 마중간다니까
    그냥 할 일 하라는 단호한 거절이 돌아왔다오.
    8월달에 거창 갈일 없어요?
    평택이 서울보다 시원한 것 같으니 또 놀러와요. 에어컨 제일 잘 나오는 자리에 하린씨 자리 펴준다하고.
    아니면... 대전 동물원같은데 놀러갑시다.

  • | 2008/07/31 13:59 | PERMALINK | EDIT/DEL | REPLY

    아루에게서 벌써 방랑의 자유로움이 느껴진다.ㅎ
    델레시험 준비 잘 해~
    열심히 했으니 좋은 결과가 있겠지.
    문제는 결과가 정말 늦게 나와서
    끝났을때의 쾌감을 같이 느낄수 없다는거^^

  • bori | 2008/07/31 14:18 | PERMALINK | EDIT/DEL | REPLY

    언제 여행 한번 같이가자..
    나두 짧게나마 휴가를 다녀왔는데.. 이젠 영준이가 넘 심심해 한다.
    다행히 옆방에 또래 아이들이 셋이나 있어서 그 친구들만 졸졸 따라다녔는데..
    아루가 그 사이 정말 많이 큰 것 같다.. 이젠 오빠랑 잘 놀 수 있겠는걸~ ^^
    참고로 영준이는 3살 아이들은 동생 삼을만 하다고 생각한다는..

  • 플레 | 2008/08/12 10:54 | PERMALINK | EDIT/DEL | REPLY

    아루 완전 멋지게 잘 나왔네요^^ 아 제주도 여행 너무 즐거우셨겠어요~ 날 더운데
    건강 조심하세요^^
    주 팀장님도 안녕하시죠?

  • 란향 | 2008/08/12 21:03 | PERMALINK | EDIT/DEL | REPLY

    세계 여행 홈피로 쫓아 다니고 요즘에도 가끔 눈팅하고 가곤 합니다.
    홍대앞 사진 가게서도 잠깐 뵙고요...
    여행 후 일상 생활도 즐겁게 나름 안정되게 지내시는 것 같아 보기 좋습니다.
    아루도 기특하고요...
    저도 님 세계여행 쫒아 다닐때는 아가씨였는데, 지금은 5개월된 딸둥이 엄마입니다.
    우리 둥이들에 비하면 .... 아루... 완전 아가씨네요. 우리 둥이들은 언제나 아루만큼 커서 아장아장 걸을지...

  • 구름빵 | 2008/08/18 13:19 | PERMALINK | EDIT/DEL | REPLY

    저희 시우가 돌을 맞이할 때쯤 아루의 동생이 태어나겠군요. 기대된다... ^_^
    언제 한번 만나뵙고 싶어요. 그냥 비슷한 생각을 가지고 살아가는 엄마, 한 인간으로서.

  • 숙희 | 2008/08/21 09:36 | PERMALINK | EDIT/DEL | REPLY

    아루 완죤 멋있다...
    여행을 많이 해본 솜씨??
    벌써 보헤미안 냄새가 물씬 나는걸~

  • 벼루집 | 2008/08/22 14:01 | PERMALINK | EDIT/DEL | REPLY

    흑흑 어제 핸드폰을 진짜 아무생각 없이 초기화 해버렸음.
    그래서 지금 아는 사람들한테 메일 보내서 나한테 문자 보내라고 조르는중이에요.
    처음부터 다시 저장해야해서T_T
    문자 하나 날려줘유~

  • beany | 2008/08/27 01:41 | PERMALINK | EDIT/DEL | REPLY

    lire/시험 끝났더니 정말 홀가분하네...셤 끝나고 놀러오삼~
    Anita/그새 아루가 많이 자랐죠. 어케 지내요. 소칠도 온 것 같은데 한 번 볼까요?
    활/결과에 상관없이 기분 좋은걸. 아주 홀가분하네^^
    bori/조만간 부천 갈 일이 생길 듯. 빠르면 이번주 주말?? 연락할께
    플레/플레님도 더운 여름 잘 보내셨어요? 종종 들러 글 남겨주셔서 고마워요~!!
    란향/란향님, 희망시장에서 뵈었었죠. 기억나요... 예쁜 딸 둘을 한꺼번에 얻으셨다니 축하해요~ 저도 우리 아루가 언제 저렇게 클까,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었는데 정말 금방이네요.
    구름빵/네. 저도 미루 시우네 식구들과 만나고 싶어요. 오랜만에 블로그 들렀는데 서울로 이사 오셨나봐요. 대방동이 그리 멀지는 않으니 한 번 놀러오실래요?
    숙희/조만간 수연이 보러 갈께요~
    벼루집/넵! 낼 아침 당장 문자 보낼께요

Name
Password
Homepage
Secr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