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끔은 쨍하게 맑은 날보다 흐린 날이 좋다.
비가 곧 쏟아질 것 같은 하늘, 나뭇잎 곱게 물든 산책로를 따라
따뜻한 커피 한 잔 마시면서 호젓하게 걷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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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아린은 오늘도 아침 열시에 들어와 서너시간 자고 다시 출근했다.
어제 남산을 다녀와서 아루랑 같이 쓰러져 잠을 자버렸더니 아침부터 밀린 집안 일을 하느라 바빴다.
어제 못한 설거지도 해야하고 기저귀도 빨아 널어야하고 청소도 해야하는데, 아루는 엄마가 할 일이 많은 걸 아는 지, 안아 달라, 놀아 달라, 젖을 달라, 오늘따라 한시도 떨어져 있지 않았다.
한 손으로 안고 요리를 하고, 씽크대 옆에 앉혀 놓고 설거지를 하고, 노래 부르고 율동하면서 빨래를 널고, 그 와중에 안아 달라고 하면 안아주고, 젖을 달라고 하면 젖을 주고, 퍼즐을 맞추자고 하면 함께 퍼즐을 맞추고... 그러다보니 한 낮이 되어서도 설거지는 끝나지 않고 오히려 그릇이 쌓이기만 했다.
낮잠을 재우고 정신없이 치우고 쓸고 닦고 반찬 두어가지 만들고나니 숨돌릴 틈도 주지 않고 아루가 깼다.
그동안 참 잘 견뎌왔는데, 오늘은 조금 우울했다.
좌린의 프로젝트가 막바지에 이르렀는데 막판이 되니 시간이 참 더디간다.
하아린 역시 견디기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겠지. 오픈 시한이 목을 조여오는데 잡히지 않는 버그들과 씨름할테고 다급해진 사람들이 서로 할퀴고 물어 뜯고 책임 공방을 벌이고 있겠지. 어느 조직이나 힘든 상황에서 더 분열되고 더 싸우기 마련이다. 상대방에게 책임을 전가하고 뒤통수를 치면서라도 자신의 자리는 지켜야 하니까...
나 역시 회사를 다니면서 마음 답답했던 일들이 떠오른다. 하루 세끼 밥을 해먹고 치우고 하는 일이 참 지겨울 때도 있지만 나와 내 가족을 돌보며 사는 지금이 오히려 마음 편하고 행복하다.
이렇게 생각하니 마음이 한결 밝아졌다.
그래, 조금 더 힘내고 견디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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