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거창 시댁, 사천 언니 집에서 놀다가 열흘만에 집에 돌아왔다.
마룻 바닥을 열심히 기어다니던 아루가 이제는 혼자서 아장 아장 걸어 다닌다.
"아루야, 잠깐 거기에 서 있어." 아루를 세워 놓고 잠깐 돌아서 다른 일을 하는 것이 가능했는데 이제는 통하지 않는다. 자기 맘대로 집 안을 걸어 다니는 모습이 낯설기도 하고 신통하기도 하다.
거창 부모님은 몇 년 전에 아파트에서 마당있는 집으로 이사를 하셨는데 그 깊은 뜻을 이제야 알겠다. 마당이 있는 시골 집에서 아루와 지내는 것이 참 좋았다. 소 울음 소리, 강아지 짖는 소리가 들릴 때마다 아루가 밖에 나가자고 해서 거의 하루 종일 앞 마당에서 놀았다. 호기심 때문에 가까이 가고 싶으면서도 강아지가 가까이 다가오면 피하곤 하더니 나중에는 시키지 않아도 강아지 머리를 쓰다듬어 주곤 했다.
상감월 산 집에서도 하룻 밤 지냈다. 인공의 소리가 전혀 들리지 않는 산 속 깊이 들어 오니 내가 살고 있는 공간에 대해 돌아보게 된다. 도시의 소음, 탁한 공기, 회색 건물, 일회용품, 숨 고를 여유도 갖지 못하는 사람들...
아루는 까마귀를 울음 소리를 따라하고 밤 하늘 별을 처음으로 봤다.(서울에서도 몇 번 별을 가리키며 이야기해주었는데 도시의 불빛에 비해 별은 존재감이 없어서 잘 알아 듣지 못하는 듯 했다.)
언니 집에서는 5살, 7살 조카들이 있어서 나랑 단둘이 있을 때보다 아루가 훨씬 활달해 보였다. 언니들이 뛰어 가면 나름 따라 잡겠다고 걸음을 빨리 걷기도 하고 놀이터에서 미끄럼틀을 혼자 타고 내려오기도 했다.
열흘 동안 자연을 만나고 사람을 사귀고 즐겁게 놀았다.
추석 연휴 직후에 아루의 활동량이 갑자기 늘면서 생활 리듬이 깨지고 조금 혼란스러웠는데 나도 살짝 지쳐 있었는데 이번 여행으로 아루도 나도 다시 활기를 되찾았다. 여행을 하고 돌아왔을 때 내 집이 주는 편안함을 아루도 느끼는 듯, 아파트 엘리베이터에 타서 10층 버튼을 누르고 낯 익은 현관에 들어서며 활짝 웃었다. 나는 역시 몸무게가 1.5킬로 늘었다.
사천에서 비행기를 타고 김포 공항에 내려 지하철, 마을 버스를 타고 집에 왔는데 공기가 탁해서인지 지하철 안에서 아루가 내내 눈을 부볐다. 서울에 온 이후로 얼굴과 몸에 각질이 조금씩 생기기 시작했다. 습도가 30% 아래로 떨어졌다. 보습제를 잔뜩 바르는 것이 어쩐지 화학적으로 오염시키는 것 같아 꺼림칙 해서, 그리고 몸 스스로 균형을 찾도록 기다려보자는 생각에서 보습제 바르는 것을 참았었는데, 서울에서, 아파트에서 사는 한 어쩔 수 없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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