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기 :: 2007/04/05 1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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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루가 오래 아팠다. 콧물, 기침이 멎어서 감기가 다 나은 줄 알았는데 지난 토요일부터 열이 나기 시작했다. 40도 가까이 열이 오른 것은 처음이라 조금 놀랐지만 엄마인 내가 당황하고 호들갑을 떨면 안될 것 같아 마음을 다잡았다. 다행히 다른 증상은 없고 귀에 염증이 있는 것도 아니라서 크게 걱정할 만한 상황은 아니었다. 열이 나면 해열제를 먹이는 것을 공식처럼 당연히 여겼었는데 생각해 보니 열이 나는 것은 병의 원인이 아니라 결과이고, 또한 몸이 아픈 것에 대항하기 위한 방어 기전으로 열이 나는 것이니 억지로 열을 떨어뜨리는 것은 좋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되도록 해열제를 먹이지 않고 스스로 열이 내리기를 기다렸다. 열이 올라 발갛게 상기된 얼굴로 웃고 있는 아루를 보니 스스로 이겨낼 수 있으리라는 믿음이 들었다. 옷을 얇게 입히고 환기를 시키고, 힘들어 할 때 젖을 물려 주고 평소보다 더 많이 더 자주 안아 주었다. 나흘만에 열은 내렸는데 후유증으로 설사를 하고 몸에 열꽃이라 흔히 말하는 발진이 울긋불긋 생겼다.
약국에서 일할 때 '감기약 독한 걸로 주세요'라고 말하는 사람들을 종종 보았고, 또 아기를 왜 힘들게 하냐며 약을 '세게' 쓰기로 소문난 소아과에 일부러 다닌다는 엄마를 만난 적도 있다. 바빠서 몸이 아플 여유가 없고, 아기가 아픔을 스스로 이겨내는 과정을 전혀 고려하지 않는 것이다. 감기에 걸리고 몸이 아픈 것도 사람이 살고 아이가 자라는 하나의 과정인데, 아이를 무균실에서 키울 수 없을 바에야 스스로 아픔을 이겨낼 수 있도록 격려해주는 것이, 과정을 지켜봐 주고 힘이 되어 주는 것이 잘 듣는 약을 구해 먹이는 것보다 중요하지 않을까.

간만에 날씨가 좋아 아루랑 공원에서 꽃구경을 했다. 가을에 헐렁하던 모자가 이제는 작아 맞지 않는다. 그새 많이 자랐구나, 아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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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jinha | 2007/04/06 00:18 | PERMALINK | EDIT/DEL | REPLY

    아루가 고생했지만.. 대단해요..아루 엄마도....

  • bobab | 2007/04/09 01:03 | PERMALINK | EDIT/DEL | REPLY

    beany씨 생각이 맞아요. 몸이 아픈 것을 견디고 이기는 것도 배밀이하고 기는 것을 배우는 것 만큼이나 사람에겐 자라면서 꼭 배워야할 일이라고 생각해요. 그런 과정을 빼앗는 것은 부모로서 월권이지요! 뭐 아무리 약 먹여도 열은 날만큼 나야 내리지만. ^^

  • 벼루집 | 2007/04/09 21:46 | PERMALINK | EDIT/DEL | REPLY

    와, 아루님이시다!
    아루.. 보고 싶다.. 옆에서 남편이 그러네요.
    연우도 주말에 바람을 많이 쐬서인지 아주 약간 열이 있는 듯 해요.

  • | 2007/04/10 17:35 | PERMALINK | EDIT/DEL | REPLY

    비니님 멋저요~ 좋은 엄마예요. 아루도 분명 강한 아이로 클 것 같습니다.

  • beany | 2007/04/12 00:17 | PERMALINK | EDIT/DEL | REPLY

    jinha/아기가 이제 좀 크니까 아파도 덜 걱정되더라. 잘 지내지?
    bobab/그러게요. 해열제 먹여도 사실 열이 팍팍 떨어지진 않아요. 약국에서 일할 때 아기 엄마들에게 참 무심하게 해열제를 조제해 주곤했구나 하는 생각이 드네요.
    벼루집/지난 주말 못 만났으니 아루, 연우 못 만난지 벌써 2주가 다 되어가네요. 아이들 데리고 꽃구경 함 가야할텐데요^^
    단/아루 이름을 참 잘 지었다는 생각이 들곤해요. 아, 멋진 하루, 아, 신나는 하루, 아, 고달픈 하루... 아, ***한 하루,
    하루하루를 어떻게 채워나갈 지는 아루님 몫이겠죠?

  • 엄마멘토 | 2007/04/12 19:10 | PERMALINK | EDIT/DEL | REPLY

    자주 오면서 좋은 사진 실컷 눈팅만 하다가 이번 포스팅에 덧글 달고 가요..^^
    저도 열에 대한 생각은 비니님의 말씀에 동의해요. 하정훈 소아과 전문의도 책에서 그렇게 얘기했었고, 공감이 되더라구요. 그리고 호흡기내과 전문의인 형부도 조카들 열난다고 무조건 약 주지는 않아요. 응급실 가봤자 옷 벗기고 씻어주는 것 밖에 없다고 웬만하면 집에서 견디게 하더라구요. 아주 심한 고열이거나 만 이틀 이상 지속될 때 '원인'을 찾기 위해 병원을 찾는 게 바람직하다고 해요.
    우리 딸램은 아직 미열밖에 겪어보진 않았지만 벗겨주고 물수건으로 씻겨주는 것만으로도 한나절만에 낫더라구요. 아직 많이 아픈걸 겪어보지 않아서 은근 떨리긴 하는데, 상황이 닥치면 의연하게 잘 대처해야겠다고 다짐해요. 이런 선배맘들의 경험이 저에겐 많은 도움이 되네요..^^
    날씨가 정말 좋아졌으니...대방루 한 번 떠도 될까요? 카메라 맛도 볼 겸..^^;
    좌린선배 연락처는 저한테 있는데...직접 연락드려서 시간 맞춰 놀러가고 싶어요. :)

    • beany | 2007/04/18 12:31 | PERMALINK | EDIT/DEL

      제 연락처 010-6741-4667이에요.
      연락주시고 언제든 놀러오셈

  • hanywind | 2007/04/19 17:06 | PERMALINK | EDIT/DEL | REPLY

    정말 오랜만이어요... 저 김윤숙인데요. 인터넷으로 여러가지 찾다가 우연히 이 싸이트를 알게됬지 뭐야?
    잘 지내는거 같은데요.ㅋㅋㅋ 애기도 많이 컸네요. 가끔 어떻게 지내나 궁금했다우.
    가끔씩 놀러올께요.

    • beany | 2007/04/24 05:32 | PERMALINK | EDIT/DEL

      오랜만, 아, 반가워요~ 여기까지 찾아와 줄 줄이야...
      잘 지내요? 회사도 연애도 만사형통? 나도 가끔 생각나더라구. 근데 연락처가 없어 전화 한번 못했네... 종종 연락하셈. 어케 지내나 이야기도 들려주고~

  • 홍수영 | 2007/04/24 15:41 | PERMALINK | EDIT/DEL | REPLY

    애들 열은 자연스럽게 떨어지게 두는 게 좋은 것 같아요. 2주 이상 끌게 되면 약이 필요하지만요. ^^
    봄바람 나서 5월 초에 태국으로 1주일 여행갑니다. 다녀와서 집들이 겸해서 한번 모실게요. 면세점에서 꼬냑이나 한병 사올까 하는데... ^^

  • 수진 | 2007/04/30 16:33 | PERMALINK | EDIT/DEL | REPLY

    우리 애들은 열 날 때 맛사지를 해 주면 열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더라.
    왜 그런지는 잘 모르겠지만 옷을 벗기고 찬물로 닦아주는 건 내가 싫어서 못하겠는데
    열이 안 떨어질 때면 온 몸을 막 주물러 주거든. 그럼 30분 정도면 열이 내리는 거 같아.

  • beany | 2007/05/06 23:49 | PERMALINK | EDIT/DEL | REPLY

    홍수영/꼬냑!!!! 마시지 못하겠지만 불러 주시면 달려가지요
    수진/선언 선배 수진 언니 맞으세요? 종종 들러주고 계신건가요? 반가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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