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종일 비가 추적추적, 바람이 스산하게 부는 일요일.
음력 설 지나 계절도 바뀌는데,
회사에 복귀를 할 것이냐를 두고 마음도 잠시 심란했는데,
마침 시기적절하게 홈페이지가 버벅대는 바람에, 문제의 10만개의 스팸을 다 지우고 태터 버전 업그레이드를 하고 아예 스킨까지 싹 바꿔 버렸다.
카테고리도 바꾸고 예전 글에 일일이 태그까지 달고나니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아, 이제 뭔가 제대로 돌아가는 구나, 안도와 함께 이제 뭔가 새로운 걸 할 수 있을 것 같아, 기대감으로...
사실 오늘은 승진시험을 볼 뻔한 날이다. 육아휴직은 4월 말까지인데 설 지나고 갑자기 의학정보팀과 개발팀에서 같이 일하자는 제안을 해 왔다. 의학정보팀이라면 마케팅보다 스트레스도 적을테고 출장과 주말 근무도 거의 없으며 어느정도 칼퇴근이 가능하리라는 생각에, 복귀를 해볼까하는 생각을 가져봤다. 마침 올해는 정규 승진을 하는 해라서 승진시험 자료도 준비해 놓고...
그런데 막상 아루를 맡길 곳을 찾으려니 머릿속이 복잡해져서 결국 두 가지 다 잘 하려고 빡빡하게 사느니 그냥 단순하게 살기로 했다. 5년 후의 내 모습을 상상했을 때, 회사에서 과장, 차장 되는 것이 내 인생에 그리 중요한 사건은 아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일 자체는 재미있게 할 수도 있겠지만 어차피 조직의 생리라는 것이 경쟁 속에서 밟고 일어서야하는 것인데 그것에 에너지를 쏟고 싶지는 않다.
당분간은 틈틈이 사진 찍으며 유쾌하게 아기 키우는 아줌마 모드로 지내기로.
여행을 떠날 때, 회사를 그만 두는 것이 두렵기도 했지만, 그만 두었기 때문에 여행을 하고 사진을 찍고 희망시장에 나갈 수 있었듯이, 비우면 뭔가 새로운 것으로 채울 수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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