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 내게 맡겨주세요."
사춘기 이후로 내가 부모님께 가장 하고 싶었던 말은 이 것이다.
내 결정을 언제나 존중해 주셨고 가로막지 않으셨지만, 나는 엄마 아빠의 걱정을 알고 있었다. 재수를 선택할 때도, 서울로 유학 온 대학 생활 내내, 결혼을 할 때도, 회사를 그만두고 여행을 하겠다고 했을 때도, 내가 원하는 것을 끝끝내 반대하지 않으셨지만, 늘 마음 졸이고 밤잠을 설치며 내 걱정을 하셨다. 한 가지가 해결되면 또 다른 걱정거리가 생겨나는, 끊임없는 부모님의 자식 걱정이 때로는 부담스러웠고 나를 못 믿는 것 같아 서운하기도 했다. 어릴 때는 내가 어른이 되면 더 이상 내 걱정은 하지 않으실 거라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다 자란(엄마가 되었는데도!) 딸을 여전히 자기 자신보다 먼저 생각하고 걱정하는 부모님의 모습이, 슬펐다. 나는 나름 잘 해내고 있는데, 그렇게 마음 쓰지 않아도 되는데...
그래서, 나는 내 아이에게 걱정스럽고 불안한 눈빛 대신 '너에게 모든 것을 맡긴다'는 믿음을 보여주겠다고 생각하곤 했다.
요즘의 아루는 잘 보채지 않고 잠도 아주 잘 잔다. 이제는 수유 간격이 길어져 서너 시간(밤에는 여섯 시간까지도!) 간격으로 젖을 먹고 젖을 먹는 속도도 빨라져 금방 먹어 버린다. 먹고나서 바로 토하는 것도 거의 없어졌고, 월령에 맞게 눈을 맞추고, 소리에 반응하고, 까르르 잘 웃는다.
모든 것이 순조로운데, 그런데도 나는, 아루가 조금만 다른 행동을 보이면 덜컥 걱정이 든다. 똥을 안싸면 안싸서 걱정, 자주 싸면 자주 싸서 걱정, 잠을 안자고 자꾸 보채도 걱정, 젖 먹을 시간도 잊은 채 잠을 오래 자면 그것도 걱정.
요 며칠 동안은 젖이 퉁퉁 불도록 아루가 잠을 오래 자서, 너무 적게 먹는 것은 아닌 지 계속 마음이 쓰였다. 작게 낳아서 '표준'보다 작게 크고 있는 것도 은근히 신경 쓰이고... 어디가 불편한 건 아닐까, 깨워서 먹여야 할까, 이런 저런 걱정에 휩싸여 아루 주변을 맴돌다가, 조금이라도 자기 자식에게 해가 될까봐 노심초사하는 부모님 마음이 이런 거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은 아루가 너무 어려서 내가 모든 것을 다 도와줘야 하고 그래서 자연히 걱정 거리도 많은 거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지금 이런 마음이라면 아루가 커도 걱정거리는 달라질 뿐 줄 지는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 부모님처럼!
내가 아루라면 어떨까, 엄마가 이렇게 아루 걱정을 하느라고 하루 종일 안절부절 못하고 있다면 내가 우리 부모님한테 느낀 것처럼 오히려 내가 걱정스럽고 슬퍼지지 않을까?
"엄마, 내 걱정 좀 하지 마!" 내가 그랬듯이 우리 아루도 나에게 이렇게 말하고 싶은 지 모른다.
아루 입장에서 생각을 해보니 상황이 조금 객관적으로 보였다. 아픈 것 같지는 않고, 그래, 오히려 너무 편안해서 잠을 더 깊이 잘 지도 몰라, 아기라고 매일 매일 잘 먹기만 할 수는 없겠지, 어떤 날은 입맛이 없어 덜 먹을 수도 있고 평소보다 잠을 더 자고 싶을 때도 있을 테고... 생각이 이렇게 미치자 배 고파하지도 않는데 잠을 깨워 억지로 먹여서는 안되겠다고 마음을 고쳐 먹게 되었다. 먹고 자는 것은 아루에게 맡겨야지, 내가 간섭할 일이 아니지 않은가!
정말 자식을 낳아 보니, 부모님 마음을 더 잘 알게 되는 것 같다. 하지만 나는, 아루의 일은 아루에게 전적으로 믿고 맡기는 엄마가 되고 싶다. 그래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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