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나들이 :: 2006/07/17 09:36

음식문화 잡지 "쿠켄"으로부터 홍대 앞 까페를 소개해 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이 잡지에 누구누구가 좋아하는 무슨무슨 까페, 이런 칼럼이 있는데, 여기에 좌린과 비니가 좋아하는 홍대 앞 까페를 싣고 싶다는 것이었다. 마침 영의씨(여행 중에 만난 친구, 한때 희망 시장에서 여행 사진을 팔기도 했었고 "여행보다 오래남는 사진찍기" 멋진 사진 책을 냈다)가 홍대 앞에 까페를 열었다길래 가 보지는 않았지만 당연히 멋진 곳일테니 이 곳을 추천했다. 사실, 아는 사람은 다 알고 있겠지만 좌린과 비니가 분위기 좋은 까페를 줄줄이 꿰고 있는 형편도 아니고(더 솔직이 말하면 이 방면에 거의 무지한데...-_-;;;) 게다가 까페에서 인물 사진을 찍겠다니, 다른 사람의 사진기 앞에서는 언제나 뻘쭘하고 어색해지는데다 살이 올라 더더욱 사진 찍히는 것을 즐길말한 기분도 아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제의를 덥썩! 받아들인 것은 간만에 "외출"을 할 수 있다는 너무도 매력적인 이유 때문이다. 아루를 낳고 두달 넘게 집에만 있었더니 밖에 나가고 싶었고(너무도!!), 요즘 아루를 안고 집에서 지하철 역 거리의 소아과에도 걸어가고 낮에 아파트 주변을 산책하면서 조금씩 행동 반경을 넓혀 온 터라, 조금 신경을 쓰면 이 정도의 외출은 가능할 것 같았다.
세 식구가 함께하는 첫 나들이라니! 좌린도 나도 마음이 한껏 부풀어 올랐다.
암사동에서 홍대까지 한 시간 정도 걸리고 마침 비가 와서 조금 걱정이 되었지만 다행히 아루가 카시트에 누워 잠이 들어 내내 잠을 잤다.
까페 언두(cafe "undo")는 역시! 훌륭했다. 발품을 팔아 구해놨다는 가구와 소품들도 멋지고 음악도 좋고 무엇보다 흰색 회벽에 걸린 사진들이 보기 좋았다.
모든 것이 순조로웠다. 아루는 까페 벤치에 누워 깊이 잠을 잤고 까페 공기가 혼탁하지 않아 마음이 놓였고 간만의 외출에, 사람들과의 만남에 몹시 황홀했다.
그러나 시간이 점점 흐를수록 잠을 "너무" 자고 있는 아루에게 마음이 쓰였다. 밤에는 네 다섯시간씩 자기도 하지만 보통 이 시간대에는 길게 자지 않고 누워서 모빌을 본다든지 엄마랑 눈을 마추며 방실방실 잘 노는데... 젖을 먹은 지도 한참 됐는데 배가 고프지는 않은 지, 이렇게 오래 자도 괜찮은 건지, 간만의 나들이에 황홀했던 기분도 잊고 머릿속이 아루 생각으로 꽉 차버렸다.
"아루가 엄마 재미있게 놀라고 잘 자나보다. 사람들 앞에서 저렇게 잘 자다가 분명 집에 간다고 하면 깨서 젖달라고 할껄" 내 마음을 눈치 챈 좌린이 옆에서 위로를 하더니 정말, 까페를 나서 차에 타자마자 아루가 깨서 젖을 찾는다. 그제서야 마음이 확 밝아지면서 다시 웃음이 났다. 집에 와서 젖을 한 번 더 먹고 나더니 기분이 좋은 지 한참을 논다.
"엄마는 괜히 걱정을 했네, 우리 아루가 이렇게 잘 먹고 잘 노는데...!"
아루는 잘 해내고 있는데 오히려 나의 괜한 걱정으로 한껏 즐기지 못한 것 같아 조금 아쉬움이 들지만 어쨌든 우리 세 식구가 첫 나들이를 성공적으로 마친 것이 무척 대견하고 뿌듯하다.
내 마음에는 아루가 너무 작고 아슬아슬해 보이지만, 아루가 잘 해낼 수 있다는 것을, 잘 하고 있다는 것을 믿어야겠다.
아루가 하루하루 자라듯이 엄마 마음도 자란다.



첫 나들이라고, 잡지 촬영이라고, 원피스까지 차려 입었는데 하도 깊이 자서 사진 한장 찍히지 못한 아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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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씬디 | 2006/07/17 19:12 | PERMALINK | EDIT/DEL | REPLY

    아루가 차를 타서 오래 잔듯 하네요.
    엄마 즐겁게 놀으라고 배려한건지도~~ ^^
    아기가 정말 아빠 닮았네요..^^
    하지만 크면서 자꾸 변하니까 모를일이에요.
    하영도 아빠 닮았다는 소리만 듣더니..요즘은 엄마 닮았다는 소리도 듣거든요.
    그리고 넘 뽀얀하니 귀여우요 아루

  • 히영 | 2006/07/18 15:26 | PERMALINK | EDIT/DEL | REPLY

    아~ 저도 저런 원피스 입히고 싶습니다.
    저희 시어매.. 절대로 안된다 하십니다.
    (물론 수비니가 아픈것도 있지만.. ^^;;)
    칠부 입혔음 되었지 안된답니다~
    그동안 너무도 이쁘게 잘 컷네요~
    비니님 무척 고생많이 하셨어요. ㅎㅎ
    앞으론 더 이쁠껍니다~ ㅋㅋ

  • bobab | 2006/07/19 12:52 | PERMALINK | EDIT/DEL | REPLY

    안녕하세요. 진향씨. 전에도 한번 덧글 남긴적이 있었는데...저 누군지 아시죠? 제 블로그도 열심히 보셨다면서 흔적 한번 안남기셔서 서운했어요. ^^ 하지만 조산원 동창되었단 이야기 듣고 얼마나 기뻤는지 모른답니다.
    아루란 이름 참 좋네요. 지금 많이 힘드시지요? 힘든만큼 헤쳐나갈 힘이 나는 것이 육아란 생각입니다. 기운내세요!!

  • beany | 2006/07/20 16:23 | PERMALINK | EDIT/DEL | REPLY

    씬디/정말 아빠 쏙 빼닮았죠?? 아루 크면 다음 출장 때는 따라가야지...
    히영/지금도 이렇게 예쁜데 앞으로 더 예뻐진단 말이죠???
    bobab/제가 낯가림을 좀 하느라고-_-;;; 블로그에 자주 놀러갈께요. 흔적도 남기고~

  • bori | 2006/07/27 18:06 | PERMALINK | EDIT/DEL | REPLY

    아루 살 많이 올랐네~~ 엄마젖 많이 먹고 쑥쑥 자라라~

  • beany | 2006/07/29 15:17 | PERMALINK | EDIT/DEL | REPLY

    보리/준이 데리고 놀러와...
    씬디님, 아루 선물 고맙습니다. 넘 예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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