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봄 :: 2005/05/11 07:15



새벽에 한기가 들어 일찍 깼다.
동이트는 것을 보려고 베란다에 나갔다가 의자위에 고꾸라져있는 이녀석을 발견.
한때 날마다 물과 휴지를 갈아주며 정성껏 돌보았는데
그래서 짙은 녹색의 건강한 잎들이 자라고 마침내 꽃이 피어 참 기뻤는데
언젠가부터 관심이 사라져 이녀석이 아직 여기에 있다는 사실마저도 잊고 있었다.
무우 밑둥을 잘라 잎을 키우는 것이 아무리 정성껏 돌보아도 결국 죽기 마련이지만,
잠깐동안이라도 잎이나고 꽃이 피는 것을 보며 즐거웠는데
어느 순간 까맣게 잊어 버려 이렇게 쪼그라들고 말라 비틀어 지도록 내버려 두다니,
내 변덕과 무관심이 괘씸하다.

약국에서 하루종일 일을 하다보니 집에 들어오면 손하나 까딱하기 싫을 정도로 피곤하기도 하거니와,
다음주부터 본격적인 직장 생활을 하게 된다는 생각에 조금 긴장이 되기도 하고, 조금 심란하기도 하여
이런 저런 핑계로 내게 소중한 것들과 내 생활을 아끼고 돌보는데 무심했던 것 같다.

조금전에 들어온 좌린을 재우고(재웠다기 보다, 곯아 떨어지기 직전 몇마디 잠꼬대를 들어주고)
간만에 일찍 일어난 기념으로 청국장을 끓이고 아침 상을 차렸다.
물론 좌린이 일어나 밥을 먹을 때는 점심이겠지만.

지금은 말라 비틀어진, 그녀의 화려한 과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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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Eunice | 2005/05/11 11:49 | PERMALINK | EDIT/DEL | REPLY

    와 정말 예쁜 꽃이었어요^^
    저도 어제 당근이랑 고구마를 물에 담궈두었는데... 잘 키워야하는데...
    저도 그때뿐인지라.....
    집에가면 까딱도 하기 싫은 그마음 100번쯤 이해합니다 ㅎㅎ

  • | 2005/05/12 12:20 | PERMALINK | EDIT/DEL | REPLY

    직장인으로 복귀군. 축하할일인가?-_-; 나도 곧 그래야하지 않을까 싶은데.. 정확한건 스페인어 배우는 거 보다 직장다니는 것이 즐겁게 생각되지는 않는다 이말이지..ㅎㅎ

  • zwarin | 2005/05/13 03:01 | PERMALINK | EDIT/DEL | REPLY

    양옹 블로그에서도 수경재배무는 '그녀'더니 이 무 역시 '그녀'로세... 무릇 꽃이란 '그녀'와 '그넘'이 함께 살고 있거늘 ㅋㅋㅋ

  • 박은영 | 2005/05/14 12:25 | PERMALINK | EDIT/DEL | REPLY

    애초에 무얼찾아 떠돌다 이곳에 왔는지 잘 기억이 안나나 내 고등학교 동창임에는 틀림없단 생각에 반가워 기분이 무척 들떠있음.. ^^
    박은영,송문희,임정미,성미숙...패거리들을 기억하고 있을런지...벌써 15년이 지난 인물들이지만...
    반갑다...

  • 앙쥬 | 2005/05/19 22:23 | PERMALINK | EDIT/DEL | REPLY

    나도 무 밑둥을 잘라 다연이에게 무꽃 피는 것을 보여줬는데...비니님도 하셨었구랴...^^;; 요즘 잘 지내요? 난 이제서야 노는 거에 맛들려서 매일매일 놀러나가는 중...ㅋㅋ

  • lire | 2005/05/28 14:06 | PERMALINK | EDIT/DEL | REPLY

    활도 취직하고, 너도 취직하고... 난 이제 놀아볼까 했는데...

  • zwarin | 2005/06/08 22:27 | PERMALINK | EDIT/DEL | REPLY

    Eunice/집에 들어와 손하나 까딱하기 싫은 건 여전합니다. 아니, 회사를 다니고 야근을 밥먹듯 하다보니 더더욱...-_-
    활/축하할 일 맞아? 어때?
    좌린/나의 여성편향의 결과인게지.
    박은영/정말, 정말, 오랜만이닷! 그래, 이름을 들으니 얼굴이 하나둘 떠오르네... 모두 잘 지내는지? 다들 요즘도 연락하며 지내면 내 안부도 좀 전해주라~
    앙쥬/노는 거 맛들려서 매일매일 놀러나간다니, 젤 부럽습니다.-_-
    lire/네가 놀아볼까 한다는 말이 별로 신빙성있게 들리지 않는다만...
    내 비록 야근이 일상이지만, 너와 놀 시간은 당근 낼 수 있쥐!!! 참, 삼성동에 아직도 다니니? 나도 삼성동에 있는데. 함 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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